거대 제작사들의 배급시장 진출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광식이 동생 광태>로 배급업에 뛰어든 MK픽쳐스는 올 한해 최소 10편의 영화를 배급할 계획이다. 황정민, 류승범 주연의 <사생결단>을 비롯, <아이스케키> <구미호 가족> <소년은 울지 않는다> <여자 핸드볼> 등 자체 제작 영화만 5편이다. 공동 제작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과 투자작 <일요일 아침엔 초능력> 외에도 대원동화의 애니메이션 <폭풍우 치는 밤에> <나나> 등을 배급대행한다. 하반기에 외화 배급도 계획하고 있어 MK픽쳐스의 배급 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KT에 인수된 싸이더스FNH도 이르면 하반기부터 배급업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배급 시기와 작품에 대한 논의가 함께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국경의 남쪽> <비열한 거리> <열혈남아> 등은 기존 투자배급사를 통하겠지만, 이후 제작되는 영화들은 자체 배급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타짜> <어깨 너머 연인> <천하장사 마돈나> <사랑 따윈 필요없어> <뚝방전설> 등 봄에 촬영 들어가는 영화만 5∼6편에 이르는 탓에 싸이더스FNH의 배급업 진입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충무로 안팎에선 이들이 가장 안정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온 제작사라는 점에서 CJ-쇼박스-롯데로 압축된 배급 3강 체제를 뒤흔들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MK픽쳐스의 심재명 사장은 “극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배급에 어려움이 없진 않지만, 리스크 관리와 수익 시스템을 위해 배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싸이더스FNH의 경우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배급업 진출을 공표할 경우 거대 투자배급사들의 견제도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미희 공동대표는 “일단 200억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된 이후에 배급 사업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영진닷컴의 자회사로 편입된 튜브엔터테인먼트도 정재영 주연의 <마이 캡틴 김대출>을 비롯해 <울어도 좋습니까?> <오빠가 돌아왔다> 등 6∼7편을 들고 한국영화 배급업에 복귀한다. 자금난 등으로 중소배급사들이 무너지면서 3개 대기업에 독점되다시피하고 있는 충무로 배급시장에 대형 제작사들과 중소 투자배급사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빚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