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못본 장면]
<올드보이> 감금방에서의 첫날
2006-01-31
글 : 한청남

영문도 모른 채 15년 동안이나 갇혀 지내게 된 오대수. 감금방에서의 그의 첫날은 어땠을까? 박찬욱 감독이 유일하게 찍은 것 자체를 후회한다는 이 삭제장면은 당초 오대수가 납치되고 ‘올드보이’라는 타이틀 로고가 지나간 뒤에 나올 예정인 장면이었다.

감금방 침대 위에서 눈을 뜬 오대수는 찬찬히 주위를 둘러본다. 끔찍한 형상의 앵소르의 그림, 풍경 사진으로 대체된 창문, 악행의 자서전이 될 일기장, 지겹도록 먹게 될 군만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군만두를 맛있게(?) 씹으며 여유롭게 문 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아무리 두들기고 발로 차도 문은 열리지 않고 오대수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번져간다.

촬영이나 연기에 문제는 없었으나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누구나 생각할 법한 장면이기 때문에 삭제했다는 것이 박찬욱 감독의 설명. 이후 감금방 시퀀스에서 계속 반복될 풍경과 소품들을 굳이 별도로 소개할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대수를 비롯한 다른 수감자들의 절규로 마무리 될 예정이었던 복도의 풍경은 매우 소름끼치는 것으로서, 오대수에게 있어서는 세상에 다시없을 악몽의 날이었을 것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