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k by Me]
[Rank by Me] 가장 심난한 아버지
2006-02-01
글 : 권은주
부실한 아버지의 이름으로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다지만, 요즘 아버지들은 스스로를 아버지라 부르기가 민망하다. 부권상실이라는 단어조차 이미 오래된 이야기처럼 들리니, 부권이라는 것이 이제 존재하기는 하는지 모를 지경이다. 아비 노릇 못한 것에 <브로큰 플라워>의 돈(빌 머레이)처럼 아들의 존재조차 몰랐다면 변명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뽑아봤다. 가장 심란한 아버지 워스트 5

<빅 피쉬>자식 새끼 다 필요없어. 역시 나한테는 마누라가 최고야

5위를 차지한 <빅 피쉬>의 에드워드(알버트 피니)는 아들에게 존경은커녕 믿음조차 받지 못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평생 허풍만 늘어놓았다고 아버지를 싫어하지만, 진실은 아버지의 죽음 뒤 밝혀진다. 하지만, 부모님 살아실재 섬기기를 다하지 못한 아들에게 남는 건 회한뿐.

톰(스티브 마틴, <열두명의 웬수들>)은 가지 많은 나무를 심은 탓에 바람잘 날 없는 아버지. 다섯살배기 막내딸부터 스물두살 먹은 맏딸까지, 한명 한명 놓고 보면 너무너무 사랑스럽지만 모아놓으니 웬수가 따로 없도다. 사랑 많고, 아이가 많아서 심란한 아버지라서 4위에 랭크.

3위는 <귀여워>의 주책바가지 아버지 장수로(장선우). 박수무당인 직업도 왠지 ‘아버지’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미묘한 느낌이 드는데다 여자 하나 놓고 아들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라니. 그야말로 콩가루신의 신내림이 내린 인물이 아닐까?

2위는 <패닉룸>의 아버지가 차지했다. 보통 영화라면 그렇지 않나, 이혼한 부인 집에 괴한이 침입했다는 소식에 짜잔~ 하고 등장하는 아버지. 경찰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아버지의 이름으로 처단되는 괴한들. 하지만, <패닉룸>의 이 아버지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맞기만 한다. 이 배역이 브루스 윌리스에게 떨어졌다면 영화가 완전히 달라졌을까? 여튼, 영웅과는 너무 거리가 먼 이 아버지, 가여워서 2위에 랭크다.

1위는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 아버지가 차지했다. 이걸 1위의 영광이라고 말해도 좋을까. 파업을 강행하느라 굶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부인의 유품인 피아노마저 장작으로 패 쓰던 아버지. 그러던 그가 아직 확실하지 않은 아들의 재능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탄광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아버지의 강인함과 인간으로서의 심란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이 아버지, 속으로 이렇게 말했을까? 너도 자식 낳아서 키워봐라, 내 마음 알 테니… 라고?

<열두명의 웬수들>말 그대로 열두명의 ‘웬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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