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영화 <게이샤의 추억>과 <뮌헨>의 ‘속’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먼저 보는 것은 어떨까. 히스토리 채널을 통해 전파를 타는 <게이샤, 침묵의 400년>(2월11일 오전·오후 10시)과 <테러로 얼룩진 뮌헨올림픽>(2월12일 오전·오후 10시)은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되는 ‘게이샤’와 ‘1972년 뮌헨 올림픽’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게이샤, 침묵의 400년>은 극도로 폐쇄됐던 까닭에 여러 오해(몸을 파는 창녀라는 식의)만 쌓아왔던 게이샤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다. 게이샤를 ‘살아 움직이는 전통’이라고 정의한 다큐는 1600년도부터 시작된 게이샤의 기원과 사회ㆍ문화적 의미부터 되짚는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다소 가볍게 지나쳤던 게이샤가 되기 위한 조건과 수련과정을 상세하게 들여다본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곳곳에 삽입된 인터뷰들이다. 여든이 넘은 게이샤에서부터 슈퍼모델 못지않은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요즘 게이샤들이 스스로의 입으로 증언하는 ‘게이샤의 삶’은 영화 이상의 감동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화의 원전이 된 베스트셀러 소설 <게이샤의 추억>의 작가 아서 골든과 서양인 최초의 게이샤이자 인류학자이기도 한 라이자 달비의 체험담도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테러로 얼룩진 뮌헨올림픽>은 영화 <뮌헨>의 배경이 된 ‘검은 9월단 사건’(1972년 뮌헨올림픽에 참가한 이스라엘 선수 11명이 학살된 사건)의 전모를 상세히 그린다. 이 작품은 테러리스트들의 잔혹한 만행 정도로만 기억되고 있는 검은 9월단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테러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과정(7년여의 시간을 들여 기어이 테러범들을 모조리 처형하고 만)에 의문을 제시한다.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암살은 국가안보를 지키는 합법적인 도구”라는 이스라엘의 입장(사실 이는 <뮌헨>의 감독 스필버그가 영화를 제작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기도 하다)에 대한 다큐의 냉정한 평가는 지금 우리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부분이다. ‘힘을 힘으로 맞서면, 평화가 찾아올까’라는 다큐의 진지한 물음은, 묘하게도 9·11테러에 대한 미국의 보복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을 힘으로 맞서면 평화는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다큐는 매우 믿음직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