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스크린쿼터가 없으면 <올드보이>도 없다”, 최민식 1인시위
2006-02-07
글 : 이영진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21세기 현대판 조공 아닌가?” 배우 최민식 씨가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화를 토했다. 2월7일,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영화인 릴레이 시위의 네번째 주자로 나선 최 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전에 (스크린쿼터 축소를) 갖다 바친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국가 간 협상은 자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상식인데 우리 정부는 일찌감치 문화주권을 내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인 시위에 앞서 최 씨는 2004년 7월 정부로부터 수여받은 옥관문화훈장을 문화관광부에 반납했다. 최 씨는 <올드보이>의 칸 영화제 수상으로 받은 훈장 반납 배경에 대해 “저한테는 한때 더없는 영광이었지만 이제는 무의미하다”면서 “지난해 11월 문화정책 입안을 책임지고 있는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스크린쿼터제는 FTA 협상과 무관하다고 말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고 전해놓고서, 정작 스크린쿼터 축소라는 갑작스런 발표로 뒷통수를 쳤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이날 “배우들이 명품과 외제차를 사용하면서 스크린쿼터제를 외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등의 부정적인 여론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도 펼쳤다. 휴대폰을 꺼내들고 싸인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잠깐 양해를 구한 그는 “배우들이 일반 봉급생활자 보다 호의호식 하는 것은 부정하지 않지만 현장 스탭들의 열악한 처우가 배우들의 높은 개런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현재 한국영화계는 자생적으로 스탭 처우 개선 등 과거의 제작 관행을 새롭게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월8일 옥외집회 때는 그 증거로 영화산업 노조 깃발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린쿼터가 없으면 <올드보이>도 없다”는 최 씨의 1인 시위에 시민들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나은선(31) 씨는 “한국영화가 이제는 경쟁력이 있으니 스크린쿼터를 줄여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간단한 문제가 아닌 듯 하다”면서 “최민식 씨 말처럼 스크린쿼터가 없어지면 할리우드 배급사들에 밀려 한국영화의 상영 기회가 차단될 위험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의 1인 시위를 지켜 보던 서울 사직동의 김애식(53) 씨도 “스크린쿼터를 축소해야 전체적인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믿어왔는데 이제는 누구 편도 들 수 없는 상황이 되버렸다”고 말했다. 권보영(22) 씨는 “정부로서 스크린쿼터 축소가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73일은 너무했다”면서 “미국 쪽의 요구를 전적으로 알아서 수용한 정부의 태도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2월8일 오후 2시부터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규모 옥외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문화침략 저지와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는 릴레이 1인 시위는 당분간 계속하되 참가 영화인과 시위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영화배우 최민식 씨 문화관광부 정문 1인 시위 중 발표 전문

"스크린쿼터가 없으면 올드보이도 없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벅찬 2004년 5월이었습니다. 프랑스 깐느의 하늘 높이 울려퍼진 우리영화 “올드보이”의 메인 테마곡이 지금도 귓전에 생생합니다. 이때 전세계는 우리영화의 높은 예술성에 찬사를 보냈고 주목했습니다. 아울러 우수하고 다양한 영상문화를 창출해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성숙한 문화적 영화적 토양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전세계인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또한 세계 영화인들은 한국이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스크린쿼터제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부러워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대한민국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영광과 더불어 자긍심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역경속에서도 스크린쿼터제의 필요성을 같이 인식해주시고, 유지를 위해 노력했던 국민여러분과 일부 정치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때 저 개인적으로나 전 영화인들에게 영광과 자긍심의 상징이었던 훈장이 이제는 한없이 비통함과 모욕감 그리고 배심감으로 뒤바껴 급기야는 영화인이 이 훈장을 갖고 있는 것이 모순적이라 생각해 이 훈장을 반납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제 막 도약하려는 한국영화의 날개를 여지없이 꺽어버리는 정부의 굴욕적인 문화주권포기를 강력하게 규탄하려 합니다. 왜곡된 국익논리를 앞세워 국민과 전 영화인들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배신행위이며 스스로 문화주권국임을 파괴하는 자해행위와도 같은 것입니다.

한국영화를 통해 우리 문화의 중요성과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국가 이미지 고취 및 경제성장에 이바지했던 우리 영화인들을 하루 아침에 집단이기주의자로 매도하고 국민여론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에서는 스크린쿼터 수호를 영화인들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난하는데, 사실 이것은 영화인들의 밥그릇지키기가 아니라 미국과 우리나라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진실이 은폐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정부의 배신 행위 앞에서 이제 더 이상 이 훈장의 의미를 찾을 수 없습니다. 문화주권을 스스로 짓밟은 라의 문화훈장은 더 이상의 가치가 없습니다. 그래서 반납하려 합니다. 훈장 반납은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영화인들의 간절한 마음을 대변하는 행위입니다. 현 정부는 영화인들이 왜 이렇게 몸부림치고 절규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울러 문제의 진실을 호도하는 왜곡된 여론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바로볼줄 아는, 진정으로 한국영화를 사랑하시는 국민여러분과 전 영화인 동지들과 더불어 우리의 문호주권을 다시 찾고 수호해 나가는데 신명을 바칠것을 이 자리를 빌어 천명하는 바입니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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