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세이긴 하다. 그런데도 유독 주연 배우들이 온갖 방송을 도배질하며 눈도장 찍고 너스레를 떠는 통에 관객들이 지레 지치지 않았을까 싶다. 15일에야 영화로 만나는 <흡혈형사 나도열>이다. 막상으론 기대 이상이었다.
강력반 형사 나도열이 어느날 모기에 물린다. 흡혈귀의 피를 빨았던 저 먼 나라의 모기가 비행기, 트럭을 갈아타고선 운명처럼 서울 한복판의 나도열에게까지 달려든 것이다. 도시의 악과 다투는 초인적 흡혈 인간 나도열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관객은 이 설정을 우선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럼 앞으로 김수로가 선사할 그 어느 웃음도 가끔은 유치할지언정 ‘방송’때만큼 부담스럽진 않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스파이더맨, 캣우먼, 엑스맨도 우린 받아들였고 단련됐다.
영화는 ‘흡혈형사 김수로’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첫 단독 주연인데 애드리브나 표정까지 물 오른 김수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더 큰 매력은 다른 데 있다. ‘발기’되어야 괴력이 발기하는 기발한 설정이다. 약간 비틀었을 뿐인데 그 유치한 발상을 뚝심으로 지켜내면서, 뻔한 액션극을 코믹, 멜로, 엽기 드라마로 자연스레 확장시킨다.
심지어 그를 통해, 금세 증발하는 웃음들의 배면에서 ‘탐욕’을 경쾌하게 은유하는 듯하다. 사리욕에 밝은 비리 경찰 나도열은 마약, 불법오락실 따위로 이득을 챙기는 암흑가 보스 탁문수(손병호)와 수사 정보를 거래한다. 그를 믿는 주위 사람들을 교묘히 속여가면서 말이다. 그러나 꼴리면(?) 성나는 흡혈 인간으로의 변신은 그러한 기만적 탐욕을 솔직하고 정직한 것으로 끄집어 낸다. 나도열은 욕정과 적개심을 탐하는 자신을 감출 수도 없고, 그때 차라리 더없이 순수하고 정의로워진다.
물론 그렇다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어쨌든 <…나도열>은 김수로의 발랄유치 활극이란 걸 잊어선 안 된다. 저열한 탁문수나 나도열을 인도하는 퇴마사 비오 신부(오광록)까지 대부분의 인물들이 처지를 망각한 채 아무 때나 관객을 웃기려 드는 것은 부담된다. 영화 밖의 과도한 마케팅만큼이나 영화 속의 지나친, 그래서 솔직하지 못한 ‘탐욕’인 셈이다. <2009 로스트메모리즈>의 이시명 감독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