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가 있었기 때문에 1천만 관객이 <왕의 남자>를 볼 수 있었습니다.”
<왕의 남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신인배우 이준기(24)씨가, 이 영화의 관객이 1천만명을 넘어섰다는 낭보가 나온 바로 다음날인 12일 ‘스크린쿼터 사수 1인 시위’를 위해 서울 광화문으로 나왔다. 이씨는 교보문고 앞에서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동안 ‘이제 시작입니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스크린쿼터를 지켜주세요’라는 손팻말을 들고 찬바람을 맞으며 시위를 벌였다. 그는 <왕의 남자>의 흥행세에 가속도를 붙여준 신세대 스타의 아이콘이기도 한 만큼, 이날 광화문에는 10대 학생과 시민 1천여명이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씨는 “<왕의 남자> 관객 1천만명 돌파 뒤 ‘한국 영화도 경쟁력이 있으니 스크린쿼터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지만, 블록버스터 영화들 속에서 스타도 없고 대작도 아닌 <왕의 남자>가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스크린쿼터라는 보호막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한국 영화에 ‘관객들로부터 선택받을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스크린쿼터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스크린쿼터가 지금처럼 유지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와 몇몇 한국산 블록버스터 영화가 한국 영화시장을 모조리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나 역시 어쩌다 한번 블록버스터 영화에나 출연하는 배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덧붙여 “블록버스터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내용과 스타일을 담은 한국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며 “나는 자유로운 광대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피력했다.
이날 시위 현장에는 인터넷 다음 카페 ‘하늘아래 준기 세상’ 회원 70여명이 손팻말을 들고 나와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모임 회원 이경미(22)씨는 “이준기의 팬이기에 앞서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팬”이라며 “웃고 싶을 때 웃기는 한국 영화를, 울고 싶을 때 슬픈 한국 영화를 보고 싶다는 마음에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는 2개 중대 200여명의 경찰병력이 출동해 안전사고에 대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