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이준익 감독)가 개봉 45일 만에 관객 1천만명을 넘어선다. <왕의 남자>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는 9일 “8일까지 전국에서 98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11일 오후쯤 1천만명을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관객 1천만명을 돌파한 영화는 <실미도>(2004년 1108만명)와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1174만명) 두 편인데, <왕의 남자>는 세번째로 1천만 고지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이번 1천만 관객 동원은 최근 충무로의 흥행공식으로 여겨져 왔던 요소들, 곧 △높은 제작비 △스타배우 출연 △대규모 배급 △마케팅의 물량 공세 등을 비켜가면서 도달한 이례적인 성취라고 화제를 모은다.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에 가까운 순제작비 44억원으로 완성된 <왕의 남자>는 최근 한국영화 흥행의 관건이 된 마케팅이나 배급의 힘 대신 관객들의 입소문이 상대적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하면서 장기흥행세를 이어갔다. 또한 <쉬리>에서 지난해 <웰컴 투 동막골>까지 대규모 흥행영화들이 분단 문제를 소재로 하면서 극장 밖에서 사회적인 화제나 논란거리를 만들며 흥행에도 영향을 끼친 반면, <왕의 남자>는 영화의 내용과 완성도만으로 돌풍을 일으켰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다.
엠케이픽처스의 심재명 이사는 “영화의 내적인 힘만으로 1천만 관객을 모았다는 건 그만큼 한국영화 시장 자체의 규모가 커지고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의 신뢰도가 높아졌으며, 제작 방식이나 특정 소재로 화제를 몰고와 흥행으로 연결시키던 시대에서 충무로가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했다.
소재와 장르면에서도 동성애 코드, 사극이라는 ‘비흥행’ 요소들을 지녔음에도 <왕의 남자>가 돌풍을 일으킨 이유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유인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심 이사는 “10대가 이준기라는 새로운 아이돌 스타의 출현에 열광했다면 20~30대는 삼각관계의 멜로드라마에 감정이입을 하고, 40대 이상은 정치적인 풍자나 해석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등 다양한 층위의 흥밋거리를 제공했다”며 “<왕의 남자>는 흥행되는 소재나 갈래가 따로 있다는 선입견을 깨면서 충무로 제작자들을 자극하는 고무적인 계기가 되는 작품”이라고 분석했다.
<왕의 남자>의 흥행에 힘 입어 원작이 된 연극 <이> 역시 지금까지 3만명 이상의 관객몰이에 성공하면서 <살인의 추억>에 이어 영화와 연극의 바람직한 상호교류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얻어내고 있다. 또한 신인배우 이준기는 이 영화를 통해 스타로 부각되면서 최근 인터넷에서 ‘꽃미남 신드롬’을 다시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예상보다 수월하게 <왕의 남자>가 1천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화제는 자연스럽게 <태극기 휘날리며>의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이냐로 옮아가고 있다. 시네마서비스는 “관객 점유율의 감소세가 완만한데다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1천만명 돌파 소식이 흥행 후폭풍을 일으킨다면 1위 달성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