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박찬욱 감독, 베를린에서 스크린쿼터 사수 외쳐
2006-02-15
글·사진 : 김도훈

현지시각으로 지난 2월14일 오후 3시, 베를린 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 앞 광장에서 박찬욱 감독이 스크린 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1인 항의시위를 가졌다. 박찬욱 감독은 영상 1,2도를 오가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앞 뒤로 ‘Korean Films Are In Danger(한국영화는 위기에 처해있다), No Screen Quota = No Old Boy(스크린 쿼터 없이는 올드보이도 없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1시간 반 정도를 서서 시위를 펼쳤다. 이날 팔라스트 앞 광장에는 주로 아시아계로 구성된 30여명의 다국적 영화기자들과 영화제에 참석한 한국 영화인들이 모여 박찬욱 감독에게 질문을 하거나 무언의 지지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기자들의 질문은 주로 한국영화가 이제는 헐리우드에 대항할 충분한 경쟁력을 지닌것이 아니냐는 의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박찬욱 감독은 “아직까지 한국영화가 쿼터제 없이 버텨낼 수 있는 산업적 체력에 도달해있다고는 생각치 않는다”고 말하며 “한국영화의 성장은 최근 몇년간의 일이다. 여전히 불안하다. 특히 한국영화 산업의 기초가 되어온 자본은 상황이 나빠지면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종류의 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끼양을 늑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쳤는데, 새끼양이 어른양이 되었다고 울타리를 없애자는 격이다. 어른양은 늑대를 무서워하지 않는단 말인가”라며 특유의 비유법을 이용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이런 시위만으로 FTA를 철회하고 쿼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는 질문에는 “효과가 어느정도 있을지 재보며 벌이는 시위가 아니다.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렇게 나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시위 하루전에 '베를린영화제 탤런트 캠퍼스'가 주최한 일반인과의 대화에서도 스크린 쿼터 축소와 관련된 발언에 30여분을 할애했다. 그는 스크린 쿼터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독일 청중이 모인 이 자리에서 쿼터제의 의의와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화인들의 시위를 소개하며 “현정부는 영화를 육성하겠다고 입으로는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시장 개봉 요구에 호응해 영화를 희생양으로 삼는 이중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가 반대활동을 벌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라고 역설하며 베를린 영화학도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비경쟁부문에 출품된 <무극>의 기자회견에 참가한 장동건 역시 “영화는 문화이며 한 국가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다. 무차별적으로 미국영화들이 공략한다면 우리 후손은 한국 영화를 점점 볼 기회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래서 강력하게 반대한다”라고 쿼터제 축소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외국 언론인들은 대체적으로 한국 영화인들의 행동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보여주고 있다. 타이완 <애플 데일리 퍼블리케이션>의 기자 제시카는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한국 감독과 배우들이 해외 영화제에서 이런식의 발언을 하는 것이 매우 용감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유럽 언론인들은 다문화주의에 입각해 조금 다른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독일 독립영화 감독 패트릭 메츠거는 “한국 영화의 점유율이 70프로에 달한 달도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스크린 쿼터를 부르짖는 것은 나에게 매우 국수적인 행위처럼 느껴진다”는 우려를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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