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걸의 마지막 무술영화로 밝혀져 화제가 된 <무인 곽원갑>의 기자시사회가 2월 23일 서울극장에서 열렸다. 처음 한국을 찾은 우인태 감독과 10년 만에 다시 서울을 방문한 이연걸은 짤막한 무대인사를 통해 한국의 기자와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쇼이스트가 수입·배급하는 <무인 곽원갑>은 정무문의 창시자였던 실존인물 곽원갑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어린 시절부터 무술을 좋아했던 곽원갑(이연걸)은 수양을 강조하는 무술사부 아버지에게 번번이 꾸지람을 듣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는 천진의 최고수로 인정받기 위해 목숨을 걸고 매일 결투를 벌인다. 그러던 중 진사부와의 대결 끝에 그를 죽음에 이르도록 한다. 진사부 수제자의 복수와 함께 곽원갑은 충격과 허탈감에 시달린다. 윈난성의 어느 마을로 흘러들어간 그는 농사를 지으며 마음을 닦고 7년 만에 천진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격변기로 들어서서 외세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서양인들은 중국인들의 기세를 누르기 위해 외국인 격투가들을 불러 대회를 벌인다. 곽원갑은 중국을 대표하는 무술가로 상해의 격투 무대에 나선다.
곽원갑은 무심한 얼굴로 꼿꼿이 허리를 펴고 서서 화려한 손놀림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검을 비롯하여 각종 병장기를 귀신처럼 다루는 이연걸의 솜씨는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특히 하늘을 배경으로 높은 망루에서 벌이는 조권과의 대결, 친구의 객잔을 무대로 진사부와 벌이는 격투장면은 말 그대로 눈부시다. 카메라보다 빠르다는 이연걸의 손놀림에 현존 최고의 무술감독으로 꼽히는 원화평의 손길이 더해져 보기드문 액션 장면이 연출됐다. <광천용호투>, <백발마녀전>으로 국내에 알려진 우인태 감독의 영화답게 남국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는 곽원갑과 맹인 소녀 문(베니 썬)의 로맨스도 양념으로 곁들여졌다. 훈계조의 몇번의 대사가 귀에 거슬리지만 <무인 곽원갑>은 액션영화 마니아 혹은 이연걸의 팬이라면 흔쾌히 선택할 만한 장르영화다.
정통 무술영화에 정통 영웅드라마로 볼거리와 감동이 풍부하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점. 그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 관객의 감정이 몰입되지 않는다. 그는 물론 딴 사람이 되어야 겠지만, 그 과정이 그다지 납득되지 않는 것. 그리고 마지막 4:1 격투 장면에서 3명과의 대결은 어디 간걸까? 차라리 앞부분을 줄이고 마지막 격투 장면은 온전히 살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 -황진미/ 영화평론가
할리우드에서 활동했던 우인태태, 원화평과 함께 만든 <무인 곽원갑>은, 할리우드에서 이연걸이 보여주지 못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 이연걸이 생각하는 무술, 무도라는 것의 의미를 강하게 담았지만 너무 비장하게만 끌어가려 한 것은 어색하다. -김봉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