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왕의 남자>가 한국영화 흥행사를 바꿔놓았다. 지난해 12월29일 개봉한 이래 예상치 못한 돌풍을 몰아왔던 <왕의 남자>는 3월5일자로 <태극기 휘날리며>의 1174만6135명의 기록을 깨고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3월1일까지 1159만6천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이 영화는 평일 평균 3만∼4만명, 주말 7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어, 이 추세대로라면 5일자로 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이 영화를 배급하는 시네마서비스의 이원우 배급실장은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3월2일과 3일을 합쳐 7만명, 토요일인 4일에는 7만명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3월5일 오전, 아무리 늦어도 그날 저녁에는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1200만명 돌파는 확실하지만 최종 스코어는 아직 감을 잡을 수 없다”고 밝혔다.
3월5일은 <왕의 남자> 개봉 뒤 68일째로, <태극기…>(2004년 2월5일 개봉, 5월12일 종영)가 기존 기록을 세우는 데 걸린 98일보다 한달이나 이른 시점이다. <왕의 남자>가 1천만명 돌파 시점에서 <태극기…>(39일)보다 1주일 늦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뒷심’인 셈이다. 특히 <태극기…>가 종영 즈음 극장에 좀더 큰 수익을 보장하는 ‘슬라이딩 제도’를 실행한 반면, <왕의 남자>는 현재까지도 기존 부율로 220개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어 이번 기록의 의미는 더욱 값지다.
<왕의 남자>가 예상보다 빨리 최고 흥행영화가 될 수 있었던 데는 경쟁영화가 많지 않았고, 관람 연령 폭이 넓었으며, 2004년보다 전국 스크린 수가 증가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끼쳤겠지만, 수차례에서 수십 차례 이 영화를 보며 찬탄을 마다지 않은 ‘왕남 폐인’들의 공헌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이준익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기분이 좋고, 회사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됐지만, <왕의 남자>가 스크린쿼터 축소를 주장하는 세력에 이용당하는 것 같아 공적으로는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시네마서비스는 <왕의 남자> 종영 즈음 흥행기록 수립 기념 이벤트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