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달려라, 효자, <맨발의 기봉이> 촬영현장
2006-03-07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사진 : 이혜정

추위가 한풀 꺾였다고는 해도 바람 부는 강가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트레이닝복만 입고 차가운 땅바닥에 모여앉은 단역배우들과 바람을 맞아 휘날리는 마라톤 대회 천막은 눈으로 느껴지는 체감온도를 한층 낮추어놓는다. 그러나 그 사이 어디에선가 온기가 느껴지는 건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다정하게 웃고 있는 배우들 때문이다. 신현준과 김수미, 임하룡, 탁재훈, 김효진, 그리고 다랭이 마을 주민들. 차가운 강변에 수십명의 단역배우를 배치하고 스테디캠을 들고 뛰어야 하는 심란한 장면이었지만, <맨발의 기봉이>는 그처럼 얼굴 찌푸리지 않고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맨발의 기봉이>는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소재를 얻은 영화다. 권수경 감독은 조감독으로 <비천무>를 찍으며 친구가 됐던 신현준에게서 팔순 노모를 위해 맨발로 뛰어다니는 <맨발의 기봉씨> 이야기를 들었고 “나도 시골 출신인데다가 어머니 생각도 나서” 유독 마음을 주게 되었다. 그리고 해맑은 웃음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던 엄기봉씨와 그 어머니의 삶을 영화로 만들게 됐다. 마흔 먹은 아저씨 기봉(신현준)은 어릴 적 열병을 앓았던 후유증으로 지능이 여덟살 정도에 머물게 된 장애우다. 그는 허드렛일을 거들고 얻은 음식이 식을세라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김수미)를 향해 뛰어가곤 한다. 그렇게 다져진 달리기 실력을 백 이장(임하룡)이 알아본다. 다랭이 마을에만 자랑거리가 없는 듯하여 고민하던 백 이장은 기봉을 마라톤 대회에 출전시키고자 하고, 트레이너를 자처한다.

권수경 감독은 백 이장의 아들로 기봉을 구박하는 여창(탁재훈)과 일회용 카메라로 사진찍기가 취미인 기봉씨를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진관집 처녀 정원(김효진) 등을 덧붙여 극적인 재미를 더하고자 했다. 그러나 <맨발의 기봉이>는 여전히 기봉씨와 어머니의 이야기다. 소재 때문에 <말아톤>과 비슷하다는 질문을 여러 번 들었다는 권수경 감독은 “<말아톤>이 내리사랑에 관한 영화라면 <맨발의 기봉이>는 치사랑인 효(孝)에 관한 영화이고, 무엇보다 기봉이와 어머니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답했다. 아름다운 남해 바닷가에서 대부분을 촬영한 <맨발의 기봉이>는 4월 말에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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