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지진희, 문소리 주연의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공개
2006-03-08
글 : 오정연

주변의 모든 남자를 사로잡는 매력(?)을 소유한 여교수의 이야기,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 3월8일 기자시사를 가졌다. 지방대학 교수이면서 환경단체에서 활동 중인 조은숙(문소리)을 중심으로, 박석규(지진희) 등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그녀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는 또다른 남자 교수들과 지방방송국 PD가 등장하는 <여교수…>는 익숙한 듯 낯설고, 얄밉지만 왠지 정이 가는 캐릭터들을 향한 묘한 시선이 인상적인 영화다. 은숙과 석규, 문소리와 지진희의 야릇한 관계가 중심에 놓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홍보전략과 달리, 실제 공개된 영화 속 주인공은 은숙과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 모두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상업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는 탓에 배우들의 익숙한 이미지가 묘하게 변주되는 모습을 맞닥뜨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의 모든 남자들과 관계를 가지면서 자신이 가진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이 때론 측은하고 때론 웃음을 유발하는 은숙에 대해 문소리는 “은숙이 21세기형 B사감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B사감은 욕정과 욕망을 억누르다 폭발하지만 조은숙은 이를 은밀하게 드러내고 잘 해결하고 씩씩하게 살아간다”고 말했다. 남김없이 까발리는 노출신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그는 "대책없이 일을 저질렀다. 겁없이 연기했다”며 "이민을 갈까 생각 중이다. 한국에서 살아 남을 수 있도록 관대하게 봐 달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살면서 뭔가를 열심히 해 본 경험이 없으면서도 적당히 느슨한 모습이 매력적인 석규 역시, 그간 반듯한 모습을 주로 선보였던 지진희에게는 의미심장한 변신의 기회를 제공했다. <대장금> 등으로 한류스타의 반열에 오른 그는, <여교수…>에서 자신이 보여준 연기변신에 만족한다고 말한 뒤 “이 영화의 해외진출을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교수…>는 <용산탕> <1호선> 등의 단편에서 우리 사회의 루저들을 향한 의미심장한 응원을 계속해왔던 이하 감독은 장편 데뷔작으로, 근 몇 년간 선보였던 상업영화 데뷔작 중 감독의 고집스런 손길이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다. 전작에서 따뜻하고 관찰자적인 시선을 견지했던 이하 감독은, 이 작품에서 보다 확고하고 일관된 스타일을 추구한다. 인물의 대화는 언제나 정면을 응시하도록 촬영했고, 대사와 대사 사이의 간격은 최대한 늘어나 묘한 어색함을 선사한다. 결과적으로, 일반적인 상업장편영화에서 접할 수 없었던 미장센과 리듬이 강렬하다. 이에 대해 이하 감독은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을 낯선 방식으로 바라봄으로써 우리 모두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100자평

제목에서 연상되는 우아함이나 쿨함은 전혀 없다. <피아니스트>나 하다못해 <미친 사랑의 노래>(1990)가 재현했던 '낮과 밤이 다른 여교수의 사생활'을 상상했다면 황망할 지경. 소설<무진기행>에는 '그곳의 인간들은 서로가 서로를 속물이라 욕한다'는 말이 나온다. 영화는 손바닥만한 소도시의 '지방성'(지역성이 아니다)을 배경으로 끈적하고 지질숙한 성욕을 펼쳐보이며,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커녕 프라이버시권도 인정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쿨한 여교수의 연애를 꿈꾼다는 것 자체가 판타지라는 것을 보여준다. 저열하고 천박한 인물들과 사건들을 저열하고 천박한 방식으로 그린 영화. 가능하다면, <가능한 변화들>이나 한번 더 보고 싶다. -황진미 /영화평론가

‘홍상수식’ 유머가 봉숭아 학당 식으로 전개되는 성인용 코미디 영화. 껄쩍지근한 과거를 지닌 탓인지 가랑이 찢어질만큼 우아해지려고 안간힘 쓰는 여교수, 얄팍한 직업과 명분으로 겉옷을 두르고 사는 주변 남자들의 상투적 대화, 뻔한 정신세계가 뻔하고 뻔뻔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밀려드는 어색함을 견딜 수 있는 자들에게 웃음으로 보답하는 작품. -김은형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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