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론 크로 영화의 분위기를 이끄는 건 대중음악이다. 오죽했으면 데뷔작의 엔딩 크레딧에서 음악감독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오겠나. <엘리자베스타운>에 이르면 음악 사용은 거의 과잉에 가깝고, 이전 영화들의 반짝이던 마술이 많이 희석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크로가 아내 낸시 윌슨과 찾아낸 곡 하나하나는 현재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노래들이며, 그것만으로도 <엘리자베스타운>은 놓치기 아까운 영화다. 회사에 9억7200만달러의 손실을 안기고 쫓겨난 남자는 자살 직전에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전화를 받는다. <엘리자베스타운>은 그가 아버지의 고향으로 떠났다가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그 길 위 어딘가에 사랑스러운 여자가 서 있음은 물론이고 마지막엔 짜릿한 한순간이 기다리고 있다. 크로는 <금지된 사랑> 이후 가족과 갈등을 빚는 주인공을 즐겨 다뤄왔는데, 가족과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 그리고 삶의 희망을 매번 훈훈한 눈길로 묘사하는 그의 작품들을 프랭크 카프라의 이상사회 안에 둔다 해도 별로 어색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DVD는 더없이 자연스러운 영상과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음악을 듣기에 안성맞춤이다. 다만 <바닐라 스카이>의 DVD에서 아내의 기타 반주에 맞춰 음성해설을 하던 크로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엘리자베스타운> DVD가 많이 아쉽겠다. 리허설 현장(2분), 카메라 뒤의 수많은 스탭 소개(사진, 3분), 두개의 확장장면(11분), 포토갤러리, 예고편 등의 부록이 너무 짤막해서 흡사 흥행성적을 반영한 듯하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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