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대해선 반응이 극단으로 나뉜다. 그가 만든 모든 작품에 최대한의 찬사를 아끼지 않는 진영이 있고, 반대로 홍상수 영화의 어떤 ‘불편함’에 대해 불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후자의 입장은 어쩌면 홍상수 감독의 거의 모든 영화들이 특정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음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일상이나 반복의 강조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음직한 감독의 스타일 말이다. <생활의 발견> 역시 일상의 디테일을 통해 등장인물을 짓궂게 관찰하는 홍상수 감독작이다.
사실 <생활의 발견>의 이야기는 기대하는 대로 별로 눈에 띄는 대목이 없다. 한 남자가 두며의 여성과 각기 관계를 맺는 이야기라고 할까. 예술분야에서 일하는 경수라는 이름의 남자가 춘천에 사는 선배에게 들렀다가 여행길에 오른다. 춘천에서 무용하는 명숙이라는 여자를 만난 경수는 그녀와 밤을 보내지만 명숙이 선배와 애인 사이였음을 뒤늦게 안다. 이후 기차에서 선영이라는 여성을 만난 경수는 선영을 뒤쫓아 경주로 향한다.
<생활의 발견>에서 경수 그리고 명숙과 선영의 만남은 스쳐지나는 수준이다. 여행길에서 우연하게 만나 술을 마시고 밤을 함께 보내며 이별을 하는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다. 반복의 모티브는 대사에서도 발견된다. “내 안의 당신, 당신 안의 나!”라는 것 그리고 “사람 되기는 힘들어. 하지만 괴물은 되지 말자”라는 대사 역시 되풀이된다. 영화를 보는 이에게 기묘한 기시감을 줄 정도로 되풀이와 반복은 <생활의 발견>의 핵심적 부분이다. 단조로운 이야기의 패턴이나 영화의 구조적 치밀함 역시 다른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이러한 영화적 특징이 서구의 비평계에서 홍상수 감독이 주목받아온 이유가 되겠다.
개인적으로, <생활의 발견>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전 감독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이나 <오! 수정>(2000)에 비해 영화 속 시간구성이 진일보했다는 것이다. 단선적 시간의 흐름이나 인물 시점에 의한 시간의 재구성 대신 <생활의 발견>에선 영화 속 에피소드인 ‘회전문’에서 은유적으로 암시되듯 사건과 대사 그리고 이야기 자체가 소용돌이처럼 빙글빙글 제자리에서 맴돈다. 게다가 술 먹다가 어느 남자와 경수가 시비가 붙는 것 혹은 후반부의 점보는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듯 영화의 분위기는 코믹한데 이렇듯 심각함과 어이없음의 배합이 영화의 미묘한 톤을 구성하는 것 역시 흥미롭다. “홍상수 영화 중에서 가장 유머있는 작품”이라는 평단의 반응은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영화 속 경수는 늘 일이 꼬이고 실패를 되풀이하며 여자문제에서 마땅한 답을 얻질 못한다. 요컨대, 패배자다. 그의 나른한 무력감은 <생활의 발견>이 줄 수 있는 일종의 교훈이자 웃음의 점화장치로 기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