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비열한 욕망에 삶이 있다, <비열한 거리> 촬영현장
2006-04-10
글 : 정재혁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철골 구조만 남겨진 폐창고 안, 한쪽에선 ‘퍽’ 하는 주먹날리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오고 바닥엔 흙먼지가 흩날린다.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나 했더니, 이어서 ‘컷’소리가 들려온다. 이곳은 전북 군산 폐창고에 마련된 <비열한 거리> 촬영현장. 조폭도 일반인과 전혀 다를 바 없다고 믿는 병두(조인성)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주먹을 휘두르는 29살의 가장이다. 그와 초등학교 동창인 민호(남궁민)는 조폭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감독. 어느 날 민호는 병두를 찾아가 영화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병두는 자신의 ‘치명적인 비밀’까지 털어놓는다. 병두의 경험을 토대로 완성된 영화는 크게 성공하고, 병두는 자신의 비밀이 영화 속에 담겨 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다. 복잡하게 꼬여가는 사건 속에 병두는 점점 더 궁지로 내몰리고, 민호와의 우정은 어느새 ‘비열하게’ 전개된다.

이날 촬영장면은 극중 영화 <남부 건달 항쟁사>의 촬영현장. 영화 속 영화의 현장이다보니 모니터도 2개, 감독도 두명이다. 민호는 촬영 도중 무술감독과 승강이를 벌이게 되고, 이를 보다 못한 병두가 액션을 시연하러 직접 나선다. 이번 영화를 위해 8개월간 액션을 준비해온 조인성은 “스스로 건달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주위에서 눈빛이 달라졌다, 남자가 됐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며 이번 영화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유하 감독은 조인성 캐스팅에 대해 “29살을 연기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28살 역을 한 걸로 알고 있다. 1년 지났으니 이젠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나쁜 남자>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남궁민은 “비열하다는 말이 어감은 좋지 않지만, 사람에게는 누구나 비열한 면이 있다. 그것이 일상적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다시 한번 액션영화의 연출을 맡은 유하 감독은 <비열한 거리>를 “삶의 비열함에 관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극중에는 영화감독과 조폭이 등장하지만, 영화감독은 그냥 한 사회의 일원일 뿐이다.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비열한 욕망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3월25일 분당 근교의 룸살롱 촬영을 마지막으로 크랭크업한 이 영화는 7월 개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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