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스폰지가 선택한 영화들, 스폰지영화제
2006-04-13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토니 타키타니> <룩 앳 미> 등 10편 무료로 선보이는 스폰지영화제
<식스티 나인>
<판타스틱 소녀백서>

영화사 스폰지가 스폰지하우스 압구정(옛 씨어터 2.0) 개관을 기념하여 4월 16일(일)부터 24일(월)까지 9일간 무료 영화제를 연다. 단, 쿠폰을 지참한 <씨네21>독자, <프레시안무비>독자, 네이버 스폰지하우스 카페 회원에 한하여 선착순 무료 입장이다. <씨네21> 독자는 16일부터 19일까지 영화상영 1시간 전부터 선착순 입장 가능하다. 상영작은 그동안 스폰지가 수입·배급하여 개봉했던 <판타스틱 소녀백서> <정사> <알게 될거야> <룩 앳 미> <피와 뼈> <바이브레이터> <식스티 나인> <인 굿 컴퍼니> <루시아> <토니 타키타니> 등 모두 10편이다.

10편 중 4편이 일본영화라는 점이 특징이다. 조용한 관객몰이를 하며 일본영화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높였던 이치가와 준의 <토니 타키타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을 맡았다. 오랜만에 한국 관객을 만난 여배우 미야자와 리에가 1인2역을 연기한다. 감독 이치가와 준이 만들어낸 미니멀하고 명상적인 이미지들은 이미 많은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한편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식스티 나인>은 좀더 활기찬 영화다. 1960년대 쿠슈 지방의 고등학생들이 혈기 넘치는 반항기질로 학교를 봉쇄하고 축제를 즐기기 위해 해프닝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재일한국인 감독 이상일은 이 영화를 통해 일본 내 학생혁명의 기운이 돌던 그때를 지금의 시각에서 자유롭게 다시 한번 상상해보고 싶어한다. 얼치기 혁명을 꿈꾸는 두명의 주인공들은 미소년 배우로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쓰마부키 사토시와 기타노 다케시의 <키즈 리턴>으로 이미 익숙한 안도 마사노부가 연기한다. 한편, 또 다른 재일한국인 감독 최양일의 <피와 뼈>는 1923년에 오사카로 건너가 한평생 폭군과도 같은 삶을 살았던 재일한국인 1세대 김준평의 이야기를 그린다. 양석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주인공을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가 맡고 있다. <피와 뼈>는 역사적인 맥락에 기대고 있기보다는 인간 김준평의 불가해한 삶에 많은 부분 초점을 맞춘 전기영화다. 주연배우 기타노 다케시의 소름끼치는 연기가 빛을 발한다. 반면 <바이브레이터>는 프리랜서 르포라이터와 낯선 트럭기사와의 만남을 중심에 놓고 세심하고 신비하게 이야기를 끌고가는 영화다.

일본영화가 아닌 나머지 6편 중에도 개봉 당시 놓쳤다면 찾아볼 만한 영화들이 있다. 프랑스의 거장 감독 자크 리베트의 <알게 될거야>, 아녜스 자우이의 <룩 앳 미> 등이 그렇다. 어렵지 않고 편안한 방식으로 말을 거는 예술영화들이다. 혹은 폴 웨이츠의 <인 굿 컴퍼니>, 테리 지고프의 <판타스틱 소녀백서>는 낯익은 할리우드 배우들과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를 지닌 영화들이다. 이번 영화제의 <씨네 21> 독자 쿠폰은 157쪽에 첨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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