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도마뱀>의 강혜정, 왜 자꾸 ‘꼬리’ 끊고 달아났냐구요?
2006-04-21
글 : 전정윤 (한겨레 기자)
“얼굴 달라졌다고 느낌 달라지진 않아”

<나비>에서부터 <올드 보이> <쓰리, 몬스터> <웰컴 투 동막골>을 거쳐 <연애의 목적>까지. 영화배우 강혜정은 작품성을 크게 인정받거나 흥행에서 대박이 터지거나 혹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한국 영화들에서, 또래 여배우 가운데서는 드물게 선 굵고 묵직하고 기가 센 연기를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나이를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진폭이 큰 연기를 보여 준 탓에, 올해로 스물 넷인 그의 나이에는 ‘이제 겨우?’라는 물음이 따라붙는가 하면, ‘어느새 벌써…’라는 감탄이 묻어나오기도 한다.

실제 남자 친구인 조승우(26)와 함께 출연한 <도마뱀>(27일 개봉)에서도 그는 여덟 살의 나이를 넘나들며, 비밀을 간직한 여자 ‘아리’를 연기했다. 강혜정은 열 여덟에서부터 스물 여섯살까지의 아리를 연기했지만, 아리는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배우 강혜정의 실제 나이 ‘스물 넷’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 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래 여자 배우들이 다른 영화에서 스물 다섯 안팎을 연기했을 때처럼, <도마뱀>에서의 강혜정은 뽀얗고, 말갛고, 가늘고, 여리다.

“옛날에는 ‘이건 영화야, 이거거든’하는 생각이 딱 드는 굵고 센 영화들, 역할들이 좋았어요. 근데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영화가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됐어요. <웰컴 투 동막골> 찍었을 땐데요,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힘든 일 있었는데 네 영화보고 신나게 웃었다’고. 제 전작들과는 느낌이 좀 다르지만, <도마뱀>도 사람들을 치유해줄 수 있는 영화예요.”

강혜정이 굳이 ‘치유’라는 단어를 쓴 건, <도마뱀>이 사랑의 현실에 지친 관객들에게 순수한 사랑에 대한 따뜻한 판타지를 불러일으킨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인 듯했다. 처음 <도마뱀>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그리고 촬영 초반, 강혜정과 조승우, 그리고 스태프들 사이에는 논쟁이 잦았다. “‘조강(조승우)같은 남자가 세상에 있을까? 허심탄회하게 이유를 얘기하지도 않고 마음대로 떠났다 불쑥 나타나고 또 떠나버리는 여자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싶었던 거죠. 근데 모두들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조강같은 남자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그렇다면, 비록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관객들이 <도마뱀>에 대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아리가 꼬리를 끊고 달아나는 도마뱀처럼 조강 곁을 떠나는 이유’다. 강혜정은 “시나리오나, 영화촬영 단계에서는 영화의 반전처럼 ‘왜 떠나는가’가 중요했지만, 편집을 마친 <도마뱀>을 보니 다른 이유가 더 중요해졌고 그래서 더 좋았다”고 말했다. ‘다른 이유’란, 두 사람이 함께 한 시간은 채 1년이 되지 않는데도 20년 동안 서로 사랑할 수 있었던 이유, 아리가 떠나도 조강의 사랑은 영원할 수 있는 이유다. 강혜정은 “그건 두 사람이 서로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며 나름의 사랑론을 풀었다.

강혜정은 <도마뱀>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성형논란에 휩싸였다. 살짝 돌출됐던 치아를 교정한 뒤 팬들로부터도 ‘예뻐졌지만, 고집있어 보이던 독특한 분위기가 사라졌다’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작고 가녀린 몸집과는 달리 담찬 그는 “얼굴이 달라졌다고 해서 느낌이 달라지진 않는다. 난 똑같은 얼굴로 <올드보이>와 <웰컴 투 동막골>과 <연애의 목적>에서 모두 다른 느낌을 줬다”며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은 성형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영리하게 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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