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스크린 속 나의 연인] 이케와키 치즈루
2006-04-28
조제야, 잘 지내고 있니?

2005년 10월 그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일년 전 스크린에서 보았던 그녀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때론 장난기 있는 목소리로 마치 쓰네오에게 투정부리듯 또 어떤 때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일년 후〉를 읽는 것처럼 나지막한 말투로 얘기를 한다.

2004년 10월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나에겐 특별한 영화다. 매번 남들이 말하는 좋은 영화, 꼭 봐야 된다는 영화를 수입해서 개봉했지만 그 결과는 대부분 실망할 수준이었다. 미리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인터넷에 찬사의 글을 올렸지만 그건 영화의 흥행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남자주인공 역을 맡은 쓰마부키 사토시가 방한했을 때야 겨우 “음, 이 영화가 손해는 보지 않겠구나” 안심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영화를 보면 항상 내가 한 일이 아닌데, 계속 조제와 헤어진 쓰네오처럼 그녀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궁금했다. 조제가 잘 지내고 있을까? 요즘도 혼자 그렇게 생선을 구워서 먹고 있을까? 혹시 또 옆집 변태아저씨의 이상한 요구를 들어주면서 지내지는 않을까? 정말 쓰네오와는 그 이후로 다시는 만나지 않았을까?

그리고 영화를 개봉한 지 정확히 일년 만인 2005년 10월 극장에 다시 영화를 걸었다. 그리고 감독님과 조제 역을 했던 이케와키 지즈루를 한국에 초청했다. 처음 만나자마자 그런 얘기들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스스로에게 “이 사람아, 저 사람은 이케와키 지즈루라는 배우야, 조제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그런데 한시간, 두시간이 지나면서부터 그런 다짐이 소용이 없어졌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그녀는 이케와키 지즈루가 아닌 조제였다. 웃는 모습이며, 장난치는 동작 하나하나까지 영화에서 본 조제와 지금 눈앞에 있는 그녀는 똑같은 사람이었다.

지난 1월, 디브이디 제작을 위해 영화의 촬영지를 찾아갔다. 조제와 쓰네오가 같이 마지막으로 여행갔던 그 바다와 또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모텔, 조제가 남자친구가 생기면 제일 먼저 가고 싶어했던 동물원과 그리고 처음 쓰네오가 조제를 데리고 달렸던 그 둑길. 촬영을 모두 마치고 저녁에 감독님을 만났다. 우리가 찍어 온 사진을 보시면서 너무나 즐거워하시던 감독님은 갑자기 “음, 조제는 지금 뭐 하고 있지?” 그리고 그녀에게 전화를 하셨다. 늦은 일요일 저녁시간, 그녀는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방송되는 만화를 보고 있었다. 그녀와 몇 달 만에 다시 통화를 했다. 여전히 밝고 씩씩한 목소리다.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가을이 되면 이누도 잇신 감독님의 예전 작품 〈금발의 초원〉을 개봉할 생각이다. 물론 주인공은 이케와키 지즈루다. 조제가 아닌 이케와키 지즈루가 주연을 맡은 영화인 것이다. 감독님과 주연배우를 초청하는 행사를 계획중이다. 그런데 이케와키 지즈루가 아닌 조제를 다시 보고 싶고, 또 그녀의 안부가 궁금하다. 아무래도 그녀의 방한 중에 다시 한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극장에서 봐야 할 거 같다.

요즘도 맑은 하늘에 걸려 있는 구름을 보면 문뜩 생각이 난다. 뚝방길을 과속으로 달리던 조제의 유모차가 길 아래로 구르고, 그리고 하늘의 구름을 보면서 저 구름을 가져가고 싶다고 말하던 그녀가.

조성규/영화 수입·배급사 스폰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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