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주말 극장가] 내일 동시개봉 한국영화 ‘흥행 3파전’
2006-04-28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4월 비수기’ 날린다! 누가? 멜로·휴먼드라마·액션 대결

전통적인 극장 비수기가 끝나는 4월의 마지막 주말 한국영화 흥행 삼파전이 시작된다. 27일 동시에 개봉하는 〈도마뱀〉 〈맨발의 기봉이〉 〈사생결단〉은 모두 50억~60억원대의제작비와 상영관 300개 안팎의 엇비슷한 조건으로 치열한 접전을 예상하게 한다. 〈도마뱀〉은 실제 커플인 강혜정·조승우의 캐스팅으로 제작 초반부터 화제를 일으켰고 〈맨발의 기봉이〉는 흥행작 〈가문의 위기〉 팀 배우들이 다시 뭉쳤으며, 〈사생결단〉은 지난해 상종가를 친 실력파 배우 황정민과 류승범이 ‘짝패’를 이뤄 관심을 모은다.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세 영화의 제작사는 경쟁작들의 가편집본을 이미 시사회 전에 돌려보고 각각 겨냥하는 관객층이 모두 다르다는 점을 들어 조금은 ‘안심’했다는 후문이다.

도마뱀 실제 연인 조승우·강혜정 내세워 20대 공략

세 영화가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시기적인 이유가 크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극장에 다시 관객이 몰려드는 5월10일부터 〈미션 임파서블3〉 〈다빈치 코드〉 등 할리우드 대작영화들의 개봉이 줄서 있고, 5월 말부터는 극장업계 전체가 관객 감소를 근심하는 월드컵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맨발의 기봉이〉를 제작한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조미숙 기획실장은 “효심을 주제로 한 가족 휴먼드라마라서 5월 초나 4월말 개봉을 준비해왔다”며 “개봉 초 흥행 성적이 안 좋으면 할리우드 대작영화들의 물량 공세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 훨씬 유리하게 경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제작비와 상영관수는 엇비슷하지만 세 작품은 각각 로맨스, 휴먼드라마, 액션영화로 장르와 스타일, 주요 관객층은 판이하게 다르다.

맨발의 기봉이 ‘방송 실화·전체관람가’ 유리한 고지

관객층의 너비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건 전체관람가의 〈맨발의 기봉이〉다. 이 영화는 신현준, 김수미, 탁재훈 등 〈가문의 위기〉의 배우들이 출연해, 〈가문의 위기〉와 마찬가지로 지방 관객들의 흥행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다만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 영화가 〈가문의 위기〉 같은 코미디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점을 우려해 뮤직비디오와 동영상, 포스터 등은 주목도 대신 ‘드라마’를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사생결단 ‘18살이상 관람가’ 불리 ‘입소문’으로 만회

관객 폭에서는 18살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사생결단〉이 가장 불리한 상황. 그러나 개봉 2주 전부터 전국 10개 도시에서 5만명 규모의 일반시사회를 열고 배우들의 무대 인사를 진행해 ‘입소문’으로 관객을 유인한다는 전략이다. 또 리쌍이 만든 주제곡과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를 주요 포털사이트에 공개하며 트랜드와 스타일에 매료되는 20대 여성 관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공세적인 홍보 덕으로 24일 티켓링크와 인터파크, 두 영화 예매사이트에서 세 작품 가운데 가장 높은 예매율을 보였다.

12살 이상 관람가의 〈도마뱀〉은 무엇보다 조승우·강혜정 실제 커플의 영화출연에 대한 관심을 개봉 뒤 반응까지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사생결단〉처럼 대규모 시사회를 통한 입소문의 힘을 기대하고 있다. 이 영화의 주요 관객층은 두 주연배우처럼 20대 초중반의 커플. 이 영화를 창립작으로 제작한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는 “주연배우들이 방송 홍보를 하지 않고 특별한 이벤트도 많이 벌이지 않았지만 〈왕의 남자〉처럼 영화에 대한 젊은 관객들의 호의적 반응이 관객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장르의 영화들이 같은 날 개봉하는 건 작품별 관객수에서 불리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한국영화의 전체 관객수를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있다.

〈사생결단〉을 제작한 엠케이픽처스의 박재현 마케팅 실장은 “서로 다른 장점이 있는 영화들이기 때문에 한국영화의 전체 파이를 키워 다같이 윈-윈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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