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포럼] 옴니버스 인권영화 <세 번째 시선>의 감독들 관객과 대화
2006-04-30
글 : 김나형

여섯가지 눈으로 인권을 본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세 번째 옴니버스 영화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여섯개의 시선>(2003)과 <다섯개의 시선>(2005)에 이은 이번 프로젝트는 <세 번째 시선>으로 명명됐다. 7명의 감독들(정윤철, 김현필, 이미연, 노동석, 김곡·김선, 홍기선)이 6개 단편을 통해 우리 사회에 웅크리고 있는 인권문제들을 담아냈다. 다양한 연령의 관객들이 상영관을 가득 메운 가운데, 노동석 감독을 제외한 여섯 감독과 <여섯개의 시선>의 총제작을 맡았던 이현승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했다. 이현승 감독은 “‘인권은 이런 것이다’고 제시한다기보다 산적한 인권 문제들을 여러 감독들의 눈을 통해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란 말로 프로젝트의 의의를 설명했다.

정윤철 감독의 <잠수왕 무하마드>는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 한국인들의 편견과 무하마드의 쓸쓸한 삶이 담담하게 그려지는 가운데 고향에서 잠수왕으로 유명했던 그의 일면이 드러난다. 시나리오는 3년 전에 영상원 학생이 쓴 것. 이번에 정 감독이 각색하면서 판타지적 요소를 덧붙였다는 설명이다. <소녀가 사라졌다>의 김현필 감독은 “소녀 가장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긴 하지만, 주변과의 일상적 관계에서 오는 상처들을 말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 개인을 ‘소년·소녀 가장’류의 범주로 구분짓는 것이 또 하나의 차별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미연 감독의 <당신과 나 사이>는 한국 부부들이 겪는 보편적이고도 고질적인 문제를 다룬다. 다투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던 영화는 갑자기 바람직해져버린 남편의 모습을 비춘다. 결말에 대한 질문에 이 감독은 “이 문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방대하더라.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 너무 훌륭하고 다 잘 돼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말처럼 그리 쉽게 해결될 수 없다. 그래서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고 허황된 모범답안을 덧붙였다. 한번 비튼 것이다”라고 답했다.

<나 어떡해>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가슴 아픈 일기를 그린 홍기선 감독은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도영철 씨를 모델로 만든 작품이다. 영화하는 사람들도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못한 상황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정진영을 비롯한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것을 두고 “장편 상업영화보다 호화로운 캐스팅”이라고 해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김곡·김선 감독은 학교 내의 집단 폭력과 마선·마택 두 고교생의 우정을 그려 큰 박수를 받았다. 마선과 마택을 연기한 두 고교생이 인사를 하러 나오자 사람들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당신과 나 사이>의 주연 김태우는 실제로 학생들이 저런 집단적 폭력을 행사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노동석 감독은 참석하지 못했으나 인종차별 문제를 아이들의 시각에서 그린 <험난한 인생>도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사진 소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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