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포럼] ‘한국단편의 선택: 비평가 주간’의 감독들, 관객과 대화
2006-05-02
독립영화, ‘매끈하게’다가서다
왼쪽부터 김아론, 최원석, 정용주 감독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한국단편의 선택: 비평가 주간’의 4번째 섹션 “환상의 결말”이 매진사례를 이루며 상영을 마쳤다. 5월 1일 오후 1시, 메가박스 6관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는 작품을 선정한 비평가 위원회의 이상용 심사위원이 진행을 맡고 <아버지 어금니 꽉 깨무세요>의 최원석 감독, <온실>의 김아론 감독, <처용의 다도>의 정용주 감독이 참여했다. <아버지…>에서 거칠어 보이지만 속 깊은 아들 무배 역을 코믹하면서도 독특하게 연기한 배우 오대환씨도 객석에 앉아 있다가 관객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한국사회에서 가족의 의미에 흥미를 느껴서 <아버지…>를 만들게 되었다는 최원석 감독은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척 연기함으로써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하려던 말을 하지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는 말로 이 영화가 갖는 소통과 화해의 의미를 설명했다. 삭막하고 억압된 공간에서 살아가면서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수연과 그녀 주위의 죽음들에 대한 <온실> 의 김아론 감독은 “공간이 드라마를 낳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사실 영화에서 자살이라는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보다는 주인공들이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여성 관객이 “감독이지만 배우를 하셔도 좋을 외모다”라며 김아론 감독을 칭찬해 객석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 김감독 본인은 “다른 감독님들에 비해 연기를 너무 못해서 안된다”며 쑥스러워했다.

정용주 감독의 <처용의 다도>는 처용 설화를 모티브로 삼아 아내의 외도를 눈치 챈 한 남자의 환상적 경험을 다룬다. 시간 여행이라는 설정이나 마지막 장면이 영화 <동감>이나 <중독>과 비슷해 보였다는 의견에 대해 감독은 “두 영화 다 보기는 했지만 시간 여행에 대한 아이디어는 일본의 소설가 아사다 지로의 <지하철>이라는 소설로부터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객이 “독립영화에 대해 걸었던 기대에 비해 오늘 상영된 작품들이 별로 새롭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고 지적하자 이상용 심사위원이 “독립영화에도 실험적인 면보다 안전한 선택을 살려서 대중에게 친숙한 이야기를 매끈하게 만들어내는 하나의 경향이 있는데, 이 섹션의 작품들이 바로 그런 의도로 모은 것 ”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얼굴에 수염이 난 발레리나 소녀가 세상의 편견을 넘어 자부심을 얻는 과정을 흥미롭고 환상적으로 그려 낸 <마스크 속, 은밀한 자부심>의 노덕 감독은 해외에 나가서 이 날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하지 못했다.

글 최지은, 사진 장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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