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 <정당정치의 역습>의 김곡, 김선 감독
2006-05-03
글 : 오정연
사진 : 이혜정
“실험영화와 상업영화, 둘 다 하고 싶다”

일란성 쌍둥이 괴짜 감독 김곡, 김선이 변했다. 똑같은 동자승 스타일을 고수했던 둘 중, 김곡이 머리를 기른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올해 전주에서 볼 수 있는 그들의 신작 두 편 중 한 편이다. ‘인권영화 프로젝트3’ 중 <Bomb! Bomb! Bomb!>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온갖 고난을 감수해야 하는 소년이 주인공이다. 안정된 화법으로 차근차근 감정을 쌓아나가는 이 작품은 그간 그들이 만들었던 어떤 영화와도 다르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변한 게 아니다. 또 다른 단편 <정당정치의 역습>은 실험영화 고유의 재미에 치중한 작품으로, 그들의 궤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성숙을 보여준다. 이 산만한 형제 감독의 역량은 상상 이상이었다.

-동성애를 주제로 택한 이유는.
=(곡)여태까지 만들어진 인권영화를 다 봤는데, 동성애는 한번도 다뤄진 적이 없었다. 우연히 그때 우리가 동성애에 관심이 있기도 했다. (선)다른 감독들은 중간에 주제를 바꾸기도 했는데, 인권위원회가 우리한테는 꼭 이 주제여야 한다고 말한 걸 보면 그쪽에서도 이 문제를 다룰 때가 됐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필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까닭은.
=(선)소개를 통해 소준문 감독(<동백꽃> 중 <떠다니는, 섬>)을 만났다. 얘기를 듣고, 우리가 쓴 시나리오를 보여준 뒤, 평가를 받고. 그밖에도 동성애 단체나 사이트에서 사례를 조사했는데, 이렇게 사안이 복잡하고 심각한데 시간이 너무 없었다. 동성애 안에도 군대 동성애, 직장생활에서의 동성애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잖나. (곡)게다가 우리는 당사자도 아니고. 동성애에 대한 견해도 저마다 다르고. 하지만 심각한 문제를 흡수해서 디테일을 만들고 우리의 감정으로 만들 자신이 없었다. (선)그래서 좀 더 일반적이고, 누구나 겪었을 만한 것을 택한 거다. 남자애들이라면 고등학교 시절 여자 같은 남자애를 만지면서 괴롭히거나 했던 기억이 있으니까.

-처음부터 무난하고 대중적인 스타일로 결정했나.
=(선)원래는 <오즈의 마법사> 패러디도 생각했고, (곡)일주일에 너댓개씩 아이디어가 나왔다. (선)잠재의식을 따라가는 것도 있었고. (곡)뮤지컬도 있었다. (선)근데 소재가 정해지면서 누구에게나 공감대를 얻으려면 형식을 너무 비틀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곡)아주 일반적인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갈등이 생기고, 결심을 하고, 선택을 하고, 뭐 이런 식의.

-그간 너무 튀는 형식만을 추구해와서 이런 이야기가 오히려 도전이었겠다.
=(곡)정말 그랬다. 걱정도 됐고. 그런데 시나리오를 써보니까 (선)그것도 재밌었다. 공식대로 시나리오 쓰기. 그에 비하면 연출 자체는 신경이 덜 쓰였다. (곡)학생들이 많이 나오니까,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그거야 뭐, 연출부가 다했으니까.(웃음)

-캐스팅이 참 좋던데. 여드름이 덕지덕지 난 주인공이 너무 사실적이면서도 귀여웠다.
=(선)그게 컨셉이었다. (곡)사실 그 친구가 직접 보면 더 귀엽다. 카메라 빨을 이렇게 안 받을 줄이야. (선)걔가 가만히 있으면 되게 수줍음을 타는데, 드럼만 치면 신들린 듯이 하니까 여자 연출부들이… (곡)쓰러지지. 인기 폭발이었다. (선)직접 연주가 가능한 친구들을 캐스팅했다.

-<정당정치의 역습>은 <정당정치의 원리>의 속편인 것 같다. <…원리>는 어떤 영화였나.
=(선)2년 전에 전주영화제에서 상영했다. 공산주의를 실현하려는 유물론자 영화감독이 합리적이지만 보수적인 배우를 캐스팅해서 겪는 우여곡절에 대한 이야기다. <…역습>은 제목만 속편이고 사실 전혀 다른 영화다. (곡)앞으로 연작을 만들어 볼까한다. (선)<정당정치의 귀환>도 있다. (곡)제목만 연작 영화.(웃음)

-<…역습>은 이전 영화들에 비해 실험영화적인 화법이 원숙해졌음을 알 수 있다.
=(선)일종의 무성영화다. <…원리>는 안 그랬다. (곡)그건 일종의 모큐멘터리였다. 연작은 모두 다른 장르로 만들려고 한다. 그래도 자본주의와 정당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똑같다. (선)정확히 정당정치라기 보다는 그런 이야기를 살짝 끼워넣은 셈이다.

-여지껏 해왔던 정치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도 좋지만, <Bomb! Bomb! Bomb!>처럼 뚜렷한 내러티브를 지닌 극영화를 찍는 것도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
=(선)대중적인 극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써서 상업영화를 만들고도 싶다. 여지껏 만들었던 실험영화도 계속할 거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진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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