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커플> A Perfect Couple
스와 노부히로/ 프랑스, 일본/ 2005년/ 104분/ 시네마스케이프
완벽한 커플로 알려졌던 마리와 니콜라는 15년 간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려 한다. 아무도 그들의 결별을 믿으려 하지 않기 때문인지, 두 사람의 친구들은 물론 관객들마저 그들의 갈등이 어디서 비롯 됐는지 알 도리가 없다. “어떻게 당신은 하나도 후회하지 않지?”라며 신경질적으로 화를 내다가 닫힌 문 저편에서 울먹이며 “미안해”라고 중얼거리는 마리의 태도에서 그들의 말못할 감정의 파고를 가늠해볼 뿐 이다. 끝내 제대로 분노하지도 못하는 두 사람은 끔찍한 고독과 후회를 혼자서 감내해야 한다.
<듀오>와 <M/Other>에서 보여주었듯, 이번에도 스와 노부히로는 외화면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그는 보여지지 않고 말해지지 않는 것들을 드러내는 가장 영화적인 방식이, 프레임을 한정짓고 스토리를 감추는 것이라고 믿는다. 문과 벽, 거울 등 일상적인 소품과 공간으로 구획된 프레임은 한없이 확장되고, 모호한 인물의 감정은 더없이 세밀하고 사실적인 것으로 깊이와 역사를 더한다. 40여컷으로 이루어진 이 영화의 매 컷은 세심하게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자끄 리베트, 샹탈 에커만 등의 거장들과 작업했던 촬영감독 카를린 샹페티에는 일관된 스타일보다는 경제적인 이야기 진행을 더욱 중시한다. 그는 카메라의 고집스런 위치 만으로도 서스펜스를 유발시킬 수 있음을 아는 동시에, 언제 인물의 뒤를 집요한 핸드헬드로 따라붙어야 하는 지를 알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일본 감독이 유럽의 배우 및 스탭들과 만든 이 영화가 완벽한 유럽영화의 외향을 지녔으면서도 인물의 행동 양식이나 매너는 지극히 일본적이라는 사실이다. 간절한 마음을 안에 감추고 일상적인 공간 안에 격렬함을 담는 스와는, 오즈 야스지로의 스타일을 진화시켰다. 이는 또한 오즈의 방식이 완결된 모더니즘이었음에 대한 또 하나의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