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적그리스도, 21세기에 재림하다, <오멘> 트레일러
2006-05-15
글 : 김도훈

악마의 자식은 죽지 않는다. 다만 재림할 뿐이다. <오멘>은 가장 무서운 영화 중 하나로 오랫동안 구전되어온 리처드 도너 감독의 76년 동명영화를 21세기에 되살리려는 시도다. 6월6일 오전 6시 이탈리아 로마의 어느 병원. 젊은 미국 외교관 로버트 쏜은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오랜 유산의 경험으로 고통받는 아내에게 차마 사실을 말할 수 없었던 그는 같은 시각에 태어난 아이를 입양하고, 아이에게 ‘데미안’이라는 이름을 붙여 자식처럼 키운다. 하지만 단란한 가정은 점점 악마의 기운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데미안은 악마가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내려보낸 적그리스도의 재림이었던 것이다.

전작에서 그레고리 펙과 리 레믹이 맡았던 주인공 ‘쏜’ 부부는 리브 슈라이버(<맨츄리안 켄디데이트>)와 줄리아 스타일스(<모나리자 스마일>)가 연기하고, <악마의 씨>의 미아 패로와 피트 포스틀스웨이트, 마이클 갬본 등 유려한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물론 가장 까다로웠던 작업은 데미안 역을 맡을 소년을 찾는 일이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해리 포터>의 캐스팅 디렉터 수지 해기스는 데미안을 연기할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고, 감독은 “이 역할은 자기 아이가 악마의 자식을 연기하기를 바라는 모든 젊은 엄마들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며 반어적으로 한숨을 내쉬었을 정도. 그리고 발견된 것은 아직 나이도 알려지지 않은 창백한 소년 시머스 다비-피츠패트릭이다.

사실 “<오멘>이라는 제목만 들어도 불길했다”고 토로하는 줄리아 스타일스처럼,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미신적인 염려가 없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것은 76년작에 얽힌 유명한 괴담 때문. 영화 제작진에게 벌어졌던 많은 불운 중에서도 세트디자이너였던 존 앤더슨의 것은 꽤 소름 끼친다. 1975년 9월13일 금요일(13일의 금요일!), 네덜란드에서 차기작을 준비하던 앤더슨은 자동차 사고를 당했고, 동승한 여자친구와 보조 디자이너는 몸이 절반으로 잘린 채 사망했다. 피범벅의 자동차에서 겨우 기어나온 앤더슨 앞에는 한 마을의 방향을 가리키는 간판이 서 있었다고 한다. 오멘: 앞으로 66.6km(Ommen: 66.6km). 당신이 징조(Omen)를 믿거나 말거나, 흉측한 예언을 되살릴 <오멘>은 2006년 6월6일 전세계 동시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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