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5월 21일 오후 11시 30분 칸영화제 감독주간 상영관인 씨어터 노가 크로와제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감독주간 상영작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야심에 찬 영화”라고 소개된 <괴물>은 늦은 시간인데도 8백석 규모의 상영관이 가득차는 관심을 받았고, 봉준호 감독 또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영화를 보러온 이들이 진정한 영화광”이라는 인사로 관심에 답했다.
송강호와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등이 출연한 <괴물>은 한강에 정체불명의 괴물이 출현하면서 시작된다. 한강변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박강두(송강호)는 한강에 나타난 괴물을 피해 도망가다가 외동딸 현서(고아성)의 손목을 놓친다. 강두는 괴물이 현서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죽었을 거라 믿지만, 하수구에 갇혀있다는 현서의 전화를 받게 된다. 강두와 강두의 아버지 희봉(변희봉), 동생 남일(박해일)과 남주(배두나)는 괴물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갇혀있던 병원에서 탈출해 한강변 하수구를 모두 뒤지며 애타게 현서를 찾아다닌다.
그동안 스틸 사진도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괴물>은 드라마의 핵심이 되는 괴물을 철저하게 숨겨왔다.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괴물은 길고 날렵한 꼬리를 가진 물고기와 비슷한 생김새. 강변을 달리거나 덤블링을 하는 것처럼 다리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은 한국영화에서 가장 정교한 컴퓨터그래픽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과 이미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배우들의 연기도 컴퓨터그래픽과 절묘하게 어울리며 상승작용을 빚어낸다. 게으르고 모자라지만 부정(父情)이 넘치는 아버지 역의 송강호를 비롯한 박씨 일가 배우들은 검은 타이츠를 입은 연출부나 허공을 상대로 연기를 했다는데도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눈앞에서 일어난 듯한 생생한 연기를 보여준다.
<괴물>의 미덕은 단지 그것뿐만은 아니다. <괴물>은 블록버스터에 가까운 규모와 액션을 가진 영화인데도 자유로운 상상력과 경직되지 않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시선,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이 보여주었던 허를 찌르는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고, 콩가루 가족이 오직 현서를 구하기 위해 일종의 특공대가 되는 부분에선 마음을 흔드는 감정이 배어나오기도 한다. “액션과 아이러니와 드라마와 감정이 넘치는 영화”라는 현란한 소갯말과 함께 상영을 시작했던 <괴물>은 몇몇 관객의 기립박수까지 받으며 소개에 어울리는 호응을 얻었다.
<괴물> 상영관을 찾은 마켓 관계자들과 기자들은 공식부문보다는 다정하고 호의적인 감독주간의 분위기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이례적인 찬사를 보냈다. “유머감각과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다. 10점 만점에 9.5점을 주고 싶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뻔한 러브스토리와 달리 가족을 소재로 비극을 만드는 방식이 독창적이다. <괴물>은 매우 야심적인 시도를 한 영화다” “전형적인 괴물영화인 줄 알았는데 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박씨 일가가 괴물과 마지막으로 만나는 장면을 보고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 상영이 끝난 다음에 나왔던 소감. 몇몇 이들은 정치와 경제의 권력이 미국과 밀접하게 얽혀있는 한국의 상황에 관심을 보이며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할때 괴물이 나타나는 방식이 매우 사실적이었다” “결국 한국에서 가장 큰 괴물은 미국이 아닐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치른 <괴물>은 한국에서 7월에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