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를린] <타인의 삶> 독일 영화계 평정
2006-05-25
글 : 진화영 (베를린 통신원)
동독 국가안전부 첩보원 조명… 독일영화상 7개 부문 석권
<타인의 삶>

일명 슈타지(Stasi)로 불린 옛 동독의 국가안전부는 무자비한 첩보활동으로 많은 이들의 삶을 짓밟은 무소불위 기관이었다. 그러나 그런 악랄한 조직의 일원도 인간, 아니 인간적일 수 있다고 말하는 영화 <타인의 삶>이 올해 최고 독일영화로 선정되었다. 지난 5월12일에 열린 제56회 독일영화상시상식에서 무려 7개의 롤라 트로피를 수확한 이 작품은 플로리안 헹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1973년생인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은 1990년대 말부터 단편영화 감독으로 활동을 시작,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장래 독일 영화계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촉망받아왔다.

최우수작품상 수상으로 <타인의 삶>은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에게 독일 문화예술상 중 상금이 가장 많은 50만유로의 부상을 안겨주었고, 예술가 부부를 감시하는 비정한 슈타지 첩보장교가 피감시인들의 이상과 모럴에 공감해가는 과정을 연기한 연극배우 출신 울리히 뮈에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그외에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촬영상, 편집상까지 휩쓸었다.

이날 시상식에는 브루노 간츠, 마리오 아도르프, 이리스 베르벤, 막시밀리안 쉘에 2005년 시상식 스타였던 다니 레비 감독(<추커씨에 올인>) 등 영화계 인사 2천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우수작품상(은상: 상금 40만유로)은 데틀레프 벅 감독의 <터프 이너프>와 한스-크리스티안 슈미트 감독의 <레퀴엠>에 돌아갔다. <타인의 삶>과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인 <레퀴엠> 역시 롤라 트로피 5개를 수확했는데, 신들린 여대생을 열연한 산드라 휠러는 올 초 베를린영화제에 이어 다시 한번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았다. 반면 안드레아스 드레젠 감독의 <발코니에서 맞은 여름>과 오스카 뢸러 감독의 <소립자>는 일반 관객의 사랑은 가장 많이 받았으나 한개의 트로피도 건지지 못했다.

베른트 노이만 독일 문화장관은 독일영화의 재부상을 언급하며, 수년간 자기 연민에 빠져 있던 독일영화가 훌훌 털고 일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을 환영했다. 특히 최근 들어 영화 소재의 스펙트럼이 한층 확대되었음을 강조하면서, 이런 소재의 다양화는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 독일영화에 대한 관심을 북돋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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