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엔터테인먼트
물론,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이 무한 확장되고 있다. 교육에서 에듀테인먼트라는 표현이 쓰이기 시작한 것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뉴스도 자신이 엔터테인먼트라는 사실을 스타일을 갖춘 앵커를 통해 알리고 싶어 안달이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뉴스 구성은 정보와 가십을 서로 긴밀하게 링크하고 있다. 정치가들도 대중을 즐겁게 하기 위한 엔터테인먼트를 구상하는 듯한 제스처를 자주 취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 특히 2, 3, 4편 연작으로 제작되는 시리즈물들은 자기 갱신을 위해 동시대 엔터테인먼트가 포괄하려는 모든 영역, 정치적인 발언까지 싸잡아 넣으려고 시도한다. 두말할 필요 없이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삶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그러나 이른바 상식적인 선의 정치적 진실이 엔터테인먼트의 형식 속에 놓일 때 그 양자는 종종 서로를 상쇄시킨다. 즉, 진실이 엔터테인먼트를 얼어붙게 하고, 엔터테인먼트는 진실 자체를 맥거핀(줄거리엔 별 영향을 주지 않지만, 관객에게 혼란과 서스펜스를 주는 장치)화한다.
<미션 임파서블3>에서 암무기상 오웬 데비안(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은 미국에 위치한 정보기관, 주인공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발본색원하려는 대상이다. 그는 거의 세계적 절대악으로 그려진다. 북한에도 무기를 공급한다고 나온다. 더구나 영화의 도입부, ‘토끼발’인지 뭔지 하는 무기를 내놓으라고 이단 헌트를 윽박지르면서, 그의 아내를 눈앞에서 바로 살해한다. 아니 살해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중에 정보기관의 팀장은 이 절대악을 ‘잡초’ 라고 표현한다. 오웬 데비안과 같은 국제적으로 암약하는 무기상이 이른바 미국의 적인 중동에 무기를 팔면, 중동에서 내전이 일어난다. 그와 동시에 미국이 군대를 이끌고 들어가 싹 쓸어버리고 인프라를 설치해준다고 그쪽 정부와 비싼 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절대악은 미국의 국익에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니, 미국의 세계적 정치 게임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고스란히 털어놓다니! 그러나 이러한 허심탄회함에 대한 감탄도 잠시, 이 대사를 외우는 정보부 팀장이 주인공 이단 헌트의 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가 토해낸 진실은 악의 편의 것으로 다시 분류된다. 엔터테인먼트가 뉴스를 재맥락화하는 놀라운 힘이다.
이단 헌트가 이 3편에서 가져온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로 보자면 새로운 점은 그가 가정을 꾸리려는 남자라는 것이다. 즉 첩보 액션 현장에서는 일단 은퇴해 교관으로 지내다가 줄리아(미셸 모나한)와 약혼한다. 그러나 그가 가르쳐서 실전에 내보냈던 첫 번째 수련생인 린지 요원을 구하기 위해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임무 수행을 받아들인다. 린지를 훈련시키고 그녀를 현장에 내보내고 하는 장면은 플래시백으로 즐거움과 축복의 장면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해 이단 헌트의 동료가 나중에 린지와 특별한 관계냐고 묻자, 이단은 그녀가 여동생 같다고 말한다. 영화의 마지막, 이단은 이제 아내가 된 줄리아에게 베레트 92 F를 장전하는 법을 가르치고 그녀는 순식간에 명사수가 된다.
<미션 임파서블3>에 대한 평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단 헌트가 결국은 아내를 지키기 위해 불가능한 미션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두고 시시하다는 지적이 많지만(물론 시시하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여동생 같은 린지만이 아니라 간호사 아내를 중국 상하이에서 킬러로 변화시킨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전 가족이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무장화 그리고 군사화 이것이 <미션 임파서블3>가 업그레이드하려는 미국 가정의 임무 수행 능력이다.
2. 로케이션
영화는 독일 베를린과 로마 바티칸, 중국 상하이 그리고 미국 버지니아주의 체서피크만 다리 등에서 주요 로케이션이 이루어지는데 가장 대규모의 파괴가 일어나는 곳은 독일 베를린이다. 재앙 액션, 스파이, 전쟁, 포스트 영화에서의 이러한 파괴 양상에 대해 폴 윌먼은 “액션 시네마, 노동력 그리고 비디오 마켓”(Hong Kong Connections: Transnational Imagination in Action Cinema, Duke UP에 수록)이라는 글에서 탈산업화하려는 금융자본이 이전 산업기지들에 대한 대규모 폭발의 근간을 이루는 판타지라고 지적한다. 즉 서구 중심부에 위치한 더이상 모바일하지 않은 대규모의 공장 지대들은 글로벌화에 따른 저임금 지대로 이동한 효율적인 생산 공장들에 밀려 무용지물인 괴물이 된다. 금융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이 공장들이 파괴되는 것을 보는 것이 속시원한 판타지가 된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베를린 지역의 공장들이 하이테크 폭탄들에 의해 파괴되는 것은 사실 이러한 글로벌 금융 자본의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반면 이단 헌트가 오웬 데비안으로 변장하고 그를 납치하는 로만 바티칸은 그러한 무기상들이 대낮에 버젓이 활약할 수 있는 공공장소라는 의미에서 노골적인 부패의 상징 공간으로 제시된다.
위의 베를린과 비교해 상하이의 도심에서는 주로 엄청난 묘기 대행진, 액션 스턴트만 일어나고 거의 아무것도 심각하게 파괴되지 않는다. 현재 글로벌화의 성공적인 사례로서 상하이의 상징인 동방명주를 비롯한 마천루가 즐비하고 새로 단장한 와이탄 조차지역이 반짝거리고 있다. 그리고 맥거핀인 토끼발이 숨겨져 있는 곳도 이곳이다.
그리고 미국 내 체서피크만 다리도 부분적으로 쉽게 복구 가능할 정도로만 파괴될 뿐 재앙은 주로 예의 베를린에서 대규모로 일어난다.
<미션 임파서블3>의 지정학적 지도 그리기로 보자면 미국의 대중적 상상력은 중국에 대해서는 감탄과 의혹이라는 양가성을 보이고 로만 바티칸은 화려한 부패의 상징이며 독일의 산업지대는 <로보캅>의 무대인 피츠버그와 같은 전형적 산업도시들처럼 철저히 파괴된다.
이 영화에도 48시간의 제한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나, 이 영화의 강박은 시간적인 것보다는 훨씬 더 공간의 장악에 놓여 있다. IMF팀은 위성 추적 장치로 상하이의 골목골목에서의 동선을 정확히 지시한다.
이 영화의 요원들이 미션 임파서블 포스에 속해 있기 때문에 약자로, 영화에서 IMF로 불리는데 IMF 위기를 겪었던 한국에서 그 호명을 들으면 사실 매 순간 기분이 좋지 않다. 두개의 IMF- 국제금융기관과 미국 정보기관- 가 협박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3. 화학약품과 신체, 그리고 랜드 워리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화학약품과 요원들의 하드 보디와의 결합이다. 우선 베를린에서 오웬 데비안에게 억류된 린지 요원을 발견한 이단 헌트는 아드레날린 주사를 놓는다. 고문으로 기진맥진해 있던 린지는 금방 게임에 나오는 전투병처럼 공격 및 방어 태세를 취한다. 그래서 일단 공격과 방어에 훌륭하게 성공하지만 그녀의 머리에 시한폭탄이 장치된 것이 밝혀진다. 컴퓨터 그래픽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육체를 내부에서부터 산산이 부순 뒤 오히려 생생한 살과 피 대신 몸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재로 변해서 날아가는 것이 뱀파이어영화들의 관행이 되어가는데 <미션 임파서블3>에선 그야말로 죽어야 산다라는 새로운 포뮬라를 만들어내고 있다. 즉 나이트로글리세린 성분의 시한폭탄이 머리에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 심장 박동기로 충격을 주어 그 도화선을 끊어내고 그 충격에 의해 심장이 멎지만, 다시 응급처치를 하여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이다. 도박이 심한데, 도대체 다음 편에서는 어디까지 갈려고 그러나?
<무인 곽원갑>에서 오랜 훈련을 쌓은 무협의 세계에서 길러진 무사의 몸의 전통성이 있다면 <사생결단>에선 경찰과 마약 딜러와의 힘을 겨루는 막싸움으로 재현되는 그야말로 생활의 때가 묻은 몸이 나온다. <미션 임파서블3>에서는 훈련으로 유연해진 몸, 잘 뛰고 기어오르고, 힘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고도의 테크놀로지를 다룰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하이테크용 신체와 머리가 중요하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비디오 모니터가 장착된 디지털 가제트 형 총을 들고, 이른바 혁신적 체계라는 랜드 워리어의 일부가 되어 움직이는 미군 병사들의 모습과 일치하는 재현이다. 한 병사당 1만달러의 장비 구입비가 든다는 랜드 워리어 체계의 목표는 불멸의 용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소형 마이크와 귀에 부착된 무전기 그리고 가슴에 대고 사용하는 마우스, 신용카드 크기의 디스크를 사용하는 컴퓨터, 열상 장비 등이 그 1만달러에 해당하는 장치들이다. <미션 임파서블3>는 그 랜드 워리어 군사 체계를 대규모로 디스플레이하는 블록버스터 필름이다. 톰 크루즈가 아내를 찾는다고 미국 정보부의 GPS 장치의 도움을 받아 휴대폰으로 안내를 받으며 사력을 다해 상하이의 골목을 누빌 때 그리고 이전 중국군 게릴라였다는 경비원들을 동방명주 빌딩이 보이는 시내 한가운데에서 따돌릴 때 우리는 블록버스터의 원래 의미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한 구역을 쓸어버릴 수 있는 대폭탄이었음을 우연찮게 상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