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플레이! 지옥의 문이 열린다, 3D 호러 게임 영화화한 <사일런트 힐>
2006-06-05
글 : 김도훈

1999년 2월. 일본의 게임 제작사 고나미가 3D 어드벤처 게임을 하나 출시했다. 별 기대없이 게임을 구입한 사람들은 플레이스테이션에 디스크를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고, 즉시 전세계 수백만 게임광들이 소스라치게 비명을 지르며 잔혹한 모험에 빠져들었다.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바이오 하자드>와 쌍벽을 이루는, 이른바 호러 게임의 금자탑이 탄생한 것이다.

사실 <사일런트 힐>은 조지 로메로의 세계를 미래에 대입한 듯한 <바이오 하자드>와는 조금 다르다. 괴생물체와 완력 다툼을 벌이는 액션 히어로는 여기에 없다. 대신 평범한 딸과 아버지가 비일상적인 공간에 휘말려들어 벌이는 조용한 사투가 있을 뿐이다. 딸 셰릴과 여행을 떠난 해리는 조용한 휴양도시 ‘사일런트 힐’로 차를 몰다가 사고를 당한다. 도로 옆으로 굴러버린 자동차에서 깨어난 해리는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고 사일런트 힐로 급히 향한다. 그리고 악마도 눈을 돌릴 무시무시한 생명체들을 만난다. 첫 2편의 게임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주인공의 성별이다. 그로데스크한 괴물들을 뚫고 딸을 구해내야 하는 엄마 역은 라다 미첼(<멜린다와 멜린다>)에게 돌아갔다. <사일런트 힐>의 메가폰을 최종적으로 낚아챈 사람은 제작사 고나미에 직접 서신을 보낼 만큼 영화화에 공을 들였던 프랑스 감독 크리스토퍼 강스. 팝컬처와 장르의 법칙을 꽤 맛깔나게 요리했던 <크라잉 프리맨>과 <늑대의 후예들>의 감각이라면, 게임팬들을 실망시켰던 <둠>과 <하우스 오브 데드>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4월23일 전미 개봉한 <사일런트 힐>은 첫 주말에 2천만달러를 벌어들이며 오랜 팬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서는 오는 8월에 사일런트 힐로 향하는 문을 열어젖힐 예정.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을 예습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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