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팝콘&콜라] 봉준호의 <괴물> 궁금하시죠?
2006-06-02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국내외 관객의 관심을 끄는 화제작을 제일 먼저 볼 수 있다는 건 해외 영화제 취재의 가장 큰 기쁨 가운데 하나다. 특히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의 경우 세계에서 처음 공개하는 프리미어 상영이 많기 때문에 그곳에 다녀오면 주변에 자랑할 것이 많이 생긴다. 몇년 전 베니스영화제에서 스페인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디 아더스〉를, 그해 베니스영화제를 취재 온 한국 기자들 중에서도 나 혼자만 봤다. 〈식스 센스〉와 비슷한, 충격적 반전을 담고 있는 이 영화의 결말을, 이 영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주변인들에게 불쑥 말해버리는 얄미운 짓을 재미삼아 장난처럼 하고 다녔다.

올해 칸영화제에 다녀오니 주변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영화가 단연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었다. 왜 아니겠는가. 〈한겨레〉가 올해 초 한국영화 제작자들을 상대로 한 ‘올해 최고 기대작’ 설문조사에서 이 영화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고, 올해 내가 칸에 도착했던 지난 5월16일부터 〈괴물〉 시사회가 열린 21일까지 그곳에서 만난 외국 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도 “〈괴물〉 봤냐”였다. 개봉을 두 달 앞두고 칸영화제에서 먼저 시사회를 열었으니 이 영화를 기다리는 국내 팬들은 애가 탈 것이고, 거기에 기름 붓듯 시사회 뒤 외국 언론에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럼 그 화제작을 두달이나 먼저 본 사람으로서 또 한번 얄미운 짓을 해 봐? 독자들에게 차마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또 〈괴물〉은 반전이 중심인 영화도 아니다. 이미 5월23일치 〈한겨레〉에 개괄적인 영화 소개와 느낌을 실었고, 좀 더 자세히 쓰려면 나도 영화를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다. 칸에서 이 영화를 같이 봤던 김홍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의 말처럼, 칸 스크린에서 한강을 보는 것과 서울의 스크린에서 한강을 보는 느낌이 다를 것 같았다.

‘약올리기’가 아니라 서비스 차원에서 〈괴물〉에 대해 한 가지만 얘기하고 싶다.(마음에 걸리시는 분은 읽지 마시길.) 영화 속 ‘괴물’이 어떻게 생겼느냐는 것이다. 칸 시사회가 있기 하루 전에 봉 감독은 “우리 영화 괴물 귀여워요, 삐치기도 잘 하고”라고 말했다. 실제 괴물의 모습은, 다른 괴물 영화의 괴물에 비해 귀여웠다. 길이가 7~8m쯤 돼 보이는데, 가느다란 꼬리 부분이 길어서 그렇지 실제 느낌은 아담하다. 파충류보다는 어류, 공룡보다는 생선, 그것도 아귀처럼 입 큰 생선을 더 닮았다. 칸에서 영화를 본 한국 영화인들은 “아귀찜 수백 그릇 나오겠다”고 했다.

괴물의 이런 모습으로 인해, 괴물과 인간과의 싸움이 〈고질라〉나 〈우주전쟁〉처럼 영웅적,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고 육질적이다. 봉준호식의 유머가 들어갈 틈도 생긴다. 영화의 긴장감과 공포는 괴물이 일방적으로 자아내는 게 아니라, 전체 맥락과 화면 흐름 안에서 생겨난다. 이 괴물의 목소리를 모두가 알 만한 배우가 연기했다. 목소리 연기를 입히기 전과, 입힌 뒤의 영화를 모두 본 한 사람은 “괴물의 느낌이 확 달라졌다”고 전했다.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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