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의 영화감독 마쓰무라는 35년 전에 한 호텔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을 영화화하기 위해, 문제의 장소에 가게 된다. 그냥 ‘포기하고 말면’ 될 일일 텐데, 운명적인 이끌림 탓인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신념에 따라 움직이지만, 영화감독도 마찬가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난관을 극복하는 감독들도 있다. 그래서 꼽아봤다. 영화 속의 영화감독 베스트5!
5위는 <시몬>의 빅터 타란스키(알 파치노) 감독. 잘 나갈 때는 아카데미상도 탈 ‘뻔’했으나, 그것도 옛말. 신작에 캐스팅한 여배우가 중도 포기하자, 괴로워하던 그의 손에 우연히 들어온 건 사이버 배우를 만들 수 있는 CD-ROM. 이로써 완벽한 외모의 배우 시몬이 탄생! 그러나 존재하지도 않는 배우를 만들었으니 ‘뻥’이 뻥’을 낳는다. 뒷수습에 허둥지둥, 감독 체면 깎여 5위.
4위는 <인터뷰>의 은석(이정재). 사랑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는 그는 미용실에서 일하는 영희(심은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좀 더 심층적인 인터뷰를 하게 된다. 그런데, 아뿔싸. 진실되어 보이는 그녀의 모든 말과 표정이 거짓이었다는 사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자질을 의심돼 4위.
3위는 <섹스 이즈 코미디>의 잔느(안 파릴로). 두 남녀배우들의 키스신과 베드신을 찍어야 하는데, 왜 이리 난관이 많은지. 수영복 입은 채 해변 키스신을 찍자니, 한겨울 날씨. 베드신을 찍으려니 남자배우는 양말은 도저히 못 벗겠다고 하고, 여자배우는 남자배우가 진짜로 덮칠까 걱정이다. 두 배우의 까다로운 요구를 달래고 설득하느라 정신없는 잔느. 감독하기 참 난감하다.
2위는 <킹콩>의 칼 덴햄(잭 블랙) 감독. 영화 제작을 위해 아름다운 배우 앤과 시나리오 작가 잭을 데리고 지도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해골섬까지 로케를 추진하는 열정이 대단하다. 그러나 뭐든지 지나치면 볼썽사나운 것을 모르시는지, 킹콩을 이용해 대박 한번 노리겠다는 그의 욕심은 끝이 없다. 남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지경인데 ‘영화’만 생각하질 않나, 킹콩을 뉴욕까지 생포해서 공공의 적으로 만들지 않나. 쯧쯧, 당신의 영화가 세상의 어느 가치보다도 가장 중하더냐.
1위는 <할리우드 엔딩>의 발 왁스먼(우디 앨런) 감독. 아카데미 2회 수상이라는 빛나는 경력이 빛바랜 지 10년, 그런 그에게 6천만달러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 <잠들지 않는 도시>가 찾아온다. 하나 기회와 위기는 세트인지, 아내를 뺏어간 남자가 제작자고 그 옛 아내가 프로듀서라고! 게다가 ‘심리적 장님’ 상태로 앞까지 안 보인다고 하니, 복수해도 모자랄 제작자와 프로듀서 앞에 자존심 구기고, 베토벤 같은 열정으로 영화를 찍어야 하는 그 의지 자체가 이미 대박! 그래서 대망의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