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비열한 거리> 언론에 첫 공개
2006-06-05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비열한 거리>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가 5일 오후 첫 시사회를 열었다. <말죽거리잔혹사>의 학교 정글을 지나온 소년이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거미줄처럼 짜여진 먹이사슬에 점점 얽혀들어가는 조폭 영화다. 병두(조인성)는 채무변제의 해결을 주임무로 삼고 있는 그저그런 건달이지만, 로타리파라는 조폭 조직의 2인자다. 2인자인 동시에 여섯명의 새끼 조폭을 독립적으로 거느리고 있는 중간 보스다. 중간 보스가 떼먹인 빚이나 받아내서는 위신도, 생계도 제대로 꾸리기 어렵다. 게다가 병두는 병환에 시달리는 어머니와 자기처럼 건달 동네를 기웃거리는 남동생과 어여쁜 여동생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로타리파 보스는 자기 몫 챙기기도 바쁘니 병두는 새롭게 기댈 곳을 찾지 않고는 난감한 처지다.

병두는 양아치를 혐오하지만 이 사회의 누군가는 병두 같은 양아치를 필요로 하며, 병두 같은 양아치가 소모되면서 이 사회가 굴러간다는 시선이 <비열한 거리>의 동력이다. 비합법의 무력이 있어야 비즈니스가 원활한 사업가 황회장(천호진)이나 황회장의 음습한 돈을 빨아먹고 사는 검사나 파닥거리는 피의 현장을 어떻게든 잡아채야 제대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영화감독이 제각기 병두를 소모해간다. 경제와 문화 권력이 3류 조폭과 맺고 풀어가는 관계에서 <비열한 거리>의 테마가 선명히 드러난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말죽거리잔혹사>에서도 그랬지만 유하 감독의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늘 선명하다. 다만 <비열한 거리>에서는 병두의 친구인 영화감독 민호(남궁민)를 자신의 분신처럼 끼워넣어 드라마에 직접 개입한다는 점이 다르며 이 점이 또한 여느 조폭영화와 차이점이기도 하다.

조폭영화의 인물들은 선하지 않지만 늘 연민의 대상이고자 한다. 병두 역시 예외는 아니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조인성이 보여줬던 흡인력있는 연민의 파워가 병두에게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배우 고유의 개성을 유난히 잘 끌어내는 유하 감독의 솜씨는 이번에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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