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나 뮤직비디오 출신 영화감독들에 대해 흔히 하는 말. ‘화면 때깔만 좋으면 뭘 해’ 운운. 그러나 리들리 스콧의 경우 그것이 오히려 축복이었다. 영화계 진출 전부터 이미 유명한 광고 연출자였던 스콧은 90만달러짜리 장편 데뷔작을 준비하면서 ‘영화가 안 되면 내가 다 책임지겠다’며 자신과 함께 광고를 찍었던 스탭을 모았다. 촬영기간 내내 내린 비는 오히려 화면 속 정서를 더욱 깊이있게 꾸며주었으며, 훗날 스콧이 즐겨 사용하는 하나의 스타일이 되기도 했다. 혹한의 러시아 시퀀스는 일부 장면을 눈 쌓인 호텔 주차장에서 촬영했는데, 다른 장면들과 감쪽같이 붙었을뿐더러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저예산이어서 세트를 짓지는 않았지만 결투장면에서 사용할 권총 빌리는 데 돈이 더 들어가 촬영 내내 스탭들이 긴장하기도 했다. 주인공 두베르의 아내 역으로 당시 키스 캐러딘의 연인이었던 크리스티나 레인즈를 캐스팅할 수 있었고, 대배우 앨버트 피니를 샴페인 한 상자에 특별출연시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스탭과 배우의 친분을 통한 행운이기도 했다. 기적적인 타이밍으로 얻을 수 있었던 마지막 장면의 아름다움 역시 순수한 운과 스콧의 통솔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과물인 <결투자들>은 탁월한 시각적 아름다움이 일견 앙상해 보이는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그 속의 의미를 드러내 보이는 인상적인 영화다. 음성해설에서 스콧은, 영화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알고 있던 것, 갖고 있던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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