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괴물> 전문가 100자평
2006-07-05

한국형 괴물 재난 영화는 어떤 것일지 궁금해했던 사람에겐 이 영화가 답이 될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은유나 상징을 기대했던 사람에겐 조금 실망이다. 우선 '괴물'의 형상과 CG는 매우 만족스럽다. 문제는 '괴물'에 대한 대응들일 것이다. <우주전쟁>이 그러했듯 <괴물>은 재난을 맞딱뜨린 하층민 가족의 사투를 그린다. <우주전쟁>의 공권력이 다만 무심하게 스쳐갔던 것에 비해, <괴물>의 공권력은 자신의 무능과 억압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살인의 추억>이 슬프게 전하던 재난의 난이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저개발의 기억'이 다시금 아프게 살아나고, <살인의 추억>이 슬쩍 환기하던 '운동권'의 존재가 조금 우스꽝스럽게 등장한다. 거기에 <살인의 추억>이 다만 텍스트 외적으로만 암시하던 '미군'의 존재가 또렷하게 잡힌다. 그들은 재난의 원인제공자이자 모든 정보를 독점한 '유능한 정부' 이며, 한국인의 삶의 문제는 안중에 없는 권력이다. (월남전 제초제와 최루탄을 동시에 연상시키는 '에이전트 옐로우'!) 그러나 영화가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선명하게 유지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 모든 '공식적인 잡설'들을 '밥먹는데 집중하고자' 발로 끈다. 그것도 괜찮은 풍자이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면면이 좀더 살았으면 좋았으리란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배두나 캐릭터는 많은 부분이 잘려 나간게 아닌지 안타깝다. 여전히 궁금하신 분들에겐 <살인의 추억>과 <지구를 지켜라!> 중간에서 있는 영화라고 하면 감이 잡히시려는지. -황진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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