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DVD]
[코멘터리] <살인의 추억>
2006-07-14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철저한 준비와 즉흥적 대응을 지켜보는 묘미
인상적인 롱테이크신. 모두가 ‘우리가 찍었지만 너무 좋다’고 자화자찬.

<살인의 추억> DVD에 실린 2개의 음성해설을 들어보면, 한편의 영화란 두 가지 상반된 요소가 이루어내는 절묘한 밸런스임을 실감할 수 있다. 즉 철저한 준비와 현장에서의 즉흥적인 대응이다. 봉준호 감독은 동선과 조명 설계는 물론 사소한 소품의 위치와 그 역할까지 스토리보드에 꼼꼼하게 기록했는데, 이것은 그가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작품을 준비했는지를 증명한다(초판 DVD에는 별도로 인쇄된 스토리보드가 들어 있다). 스탭들이 ‘그랬었나?’라며 가물가물한 기억을 애써 떠올릴라치면 봉 감독은 ‘스토리보드에 그렇게 해놨는걸요’라고 즉각적으로 받아치는 것이다. 능란한 현장 대응의 예는 도통 안개가 끼지 않는 부안에서 기적적으로 담아낸 안개장면(서태윤의 첫 등장 부분)이나 단체사진 장면에서 건물의 계단을 보고 배우들의 동선을 바꾼 것, 박두만과 조용구의 손가락놀이 삽입 등 현장 상황의 변화나 즉흥적인 영감을 좋은 장면으로 만들어낸 경우다. 감독과 스탭은 음성해설을 통해 영화를 만들 당시의 고생담을 나누면서 서로 고마워하고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는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과정에서 집착으로 흘러갈 위험이 있고, 그럴 경우 제작과정에서 어려움이나 불안감을 초래할 수도 있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프로덕션디자인 분야가 그러한 작품의 특성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했던 대표적인 팀이었다. 음성해설에는 길가의 잡초를 일일이 심고 설정에 맞춰 벽에 때를 묻히는 등 말하지 않으면 눈에 결코 띄지 않을 숱한 고생의 추억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돌뚜껑과 풀 모두가 미술팀이 직접 준비한 것. 스탭들의 노고가 담긴 장면.
작품의 특성상 PPL 요청이 적었다. 사진의 ‘녹즙기’가 유일한 PPL.
김상경 왈 “그럼 내가 반칙왕한테 맞았단 말이에요?”
객석을 바라보는 박두만 형사. 당신, 혹시 지금 거기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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