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가장 듣기 싫은 잔소리 베스트를 꼽아보라면, 누가 뭐라 해도 ‘공부해라!’. 지긋지긋하지만, 공부하고 공부하고 공부하다 보면 세상을 구원하는 해답을 찾아내기도 하지 않는가. 독야청청 자신만의 연구 분야를 고집, 세상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내기도 하는 학자들. 아무도 믿지 않아, 미치광이라고 오해받고, 또 스스로 자신의 연구에서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이 학자들의 시행착오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던가. 그래서 꼽아본, 너무 똑똑한 학자님!
5위는 <가위손>의 가위손 아빠! 가위손에게 아빠는 없다고? 그새 잊으셨나, 가위손은 마을사람들에게 미치광이로 오해받은 과학자의 발명품이라는 사실을. 물론 ‘말상대가 필요해서’ 인조인간을 창조한 과학적 성과는 인정하지만, 손을 가위로 만들어놓고 하늘나라로 가버린 죄, 마을에 내려가 험한 꼴을 당하게 한 죄를 곱게 못 보겠다. 어찌하여 아름다운 청년 가위손에게 그런 고통을 내리셨소!
4위는 <뷰티풀 마인드>의 존 내시(러셀 크로). 창문에다 수학문제 풀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그가 계산하고 연구하는 수학의 세상, 그의 머릿속에서부터 시작된 세계, 그리고 평생의 반려자 알리시아(제니퍼 코넬리)만이 그가 소통하는 유일한 대상이라는 사실을. 천재의 머릿속이 궁금해지는 건 바로 이때부터, 그리고 내가 천재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특출난 재주로 학계의 한획을 그은 존 내시의 이름은 게임 이름을 논하는 경제학 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3위는 <콘택트>의 엘리 애로웨이(조디 포스터)다. 어렸을 때부터 미지의 대상과 교신했던 그녀가 천문학자로서 명성을 쌓은 뒤에도 외계의 존재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 집념어린 연구 끝에 행운처럼 찾아온 기회로 외계의 존재와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게 된 그녀! 하지만 이 모든 사실을 학계에서 인정할까? 그녀가 충분한 증거를 찾아올 때까지 순위 보류! 아니, 어정쩡하게 3위!
2위는 <백 투 더 퓨쳐>의 에멧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 학계에서의 이분의 입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대외적 성공에 그다지 신경 쓰는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만, 신경질적으로 뻗친 하얀색 머리카락들로 추정할 수 있을 뿐. 과거든 미래든 오갈 수 있는 타임머신의 존재는 완전 흥미진진! 하지만, 타임머신까지 박사님의 허름한 외모를 닮을 필요는 없잖아? 낙제점인 미적감각 때문에 2위에.
1위는 <한반도>의 최민재 박사(조재현). 고종의 진짜 국새는 따로 있다고 주장하는 역사학자 최민재. 그럼 뭐 하나 학계에서는 이단아 취급을 받으며, 문화센터 강의에서도 잘리는 신세인 걸. 하지만 대통령(안성기)까지 지원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국무총리(문성근)와 국정원 직원(차인표)까지 진짜 국새를 찾아내면 안 된다고 달려드니, 최 박사님의 가설은 진실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 만약 사실일 경우, 대한민국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괴력을 감안하여 1위에 모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