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공개판이 아닌 별개 버전이 발매되는 것은 DVD 업계에서 더이상 새로운 경향이 아니다. 해외에서는 다른 장르에 비해 검열과의 마찰이 빈번할 수밖에 없는 공포영화의 ‘무삭제판’ 발매가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공개된 <분홍신>이 이러한 경향을 전략적으로 도입한 경우다. 극장에서 15세 관람가로 선보였던 이 영화는 DVD에 ‘18세 버전’을 함께 담았다. 김용균 감독은 두 번째 음성해설을 통해 ‘추가장면을 보여주려는 목적보다는 원래 의도를 살리고자 하는 것’이 이 새 버전의 존재 의의라고 밝힌다. 내용상으로는 원혼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보다는 그것이 주인공 선재(김혜수)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 극장 공개판과의 차이점이다. 따라서 18세 버전에는 사다코 짝퉁인지 아닌지 알고 싶지도 않은 귀신들의 깜짝쇼가 빠진 대신, 선재와 인철(김성수)의 대화장면이 덧붙여졌다. 음악 역시 좀더 음산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곡들로 부분 교체되었으며 ‘18세’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두번의 정사장면과 살해장면의 디테일을 온전히 확인할 수 있다. 선정적인 장면보다는 작의를 살리기 원했다는 감독의 해설을 감안하면 18세 버전이라는 타이틀은 아이로니컬하게도 확실히 더 선정적이다. 그 결과야 어쨌든 <분홍신>의 18세 버전 수록은 창작자의 의도를 보존하고 관객에게 좀더 다양한 감상의 기회를 제공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국 공포영화 DVD로서는 흔치 않은 결과물이다. 극장에서 본 15세 버전을 내치지 않았다는 사실도 기억해둘 만하다.
씨네21
검색관련 영화
최신기사
-
[인터뷰] 배우의 역할은 국경 너머에도 있다 TCCF 포럼 참석한 네명의 대만 배우 - 에스더 리우, 커시 우, 가진동, JC 린
-
[인터뷰] ‘할리우드에는 더 많은 아시아계 프로듀서들이 필요하다’, TCCF 피칭워크숍 멘토로 대만 찾은 미야가와 에리코 <쇼군> 프로듀서
-
[기획] 대만 콘텐츠의 현주소, 아시아 영상산업의 허브로 거듭나는 TCCF - 김소미 기자의 TCCF,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 방문기
-
[비평] 춤추는 몸 뒤의 포옹, <아노라> 환상을 파는 대신 인간의 물성을 보여주다
-
[비평] 돌에 맞으면 아프다, <아노라>가 미국 성 노동자를 다루는 방식
-
[기획] 깊이, 옆에서, 다르게 <아노라> 읽기 - 사회학자와 영화평론가가 <아노라>를 보는 시선
-
[인터뷰] ‘좁은 도시 속 넓은 사랑’,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 <모두 다 잘될 거야> 레이 영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