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은혜롭지 못한 스승에게 한풀이, <스승의 은혜>
2006-08-01
글 : 남다은 (영화평론가)

<스승의 은혜>는 은혜롭지 못한 스승에게 한풀이를 하는 영화다. <여고괴담> 시리즈처럼 학교괴담을 배경으로 교사의 폭력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영화는 있었지만, 이 영화는 교사에게 직접 칼을 들이미는 영화다. 우리는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학교가, 혹은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 공포의 대상인지 알고 있다. 그 공포는 증오를 동반하곤 한다. 그러나 다수의 아이들은 그 기억을 안고 자라 여전히 무력하게 살고 있거나 그런 선생님과 똑같은 사람이 된다. 이와 달리,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어린 시절 받았던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잊지 않고 다시 선생님을 찾아간다. 그렇다면 영화 속 인물들의 선택은 윤리적인가? 영화는 이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 시절, 교사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고 말았음을 보여준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휴머니즘적 드라마가 아닌, 공포 장르로 드러내려는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영화가 그 장르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있다. 공포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진부한 복수극의 틀 속에서 그려지고 있을 뿐이다. ‘당신이 나에게 얼마나 상처를 줬는지 알아!’ 식의 직접적인 대사들과 오직 상처와 분노만 표출할 줄 아는 캐릭터의 단순함은 유아적인 칭얼거림을 벗어나지 못한다.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가 상처를 준 자와 상처를 받은 자의 이분화된 구도에 고착되자, 영화의 공포는 점점 말초적인 단계에 의존하고 만다. 그래서 잔인함의 강도가 세지고 여지저기로 피가 튈수록 영화는 방향을 잃고 헤매기 시작한다. 눈을 뜨고 보기 거북한 끔찍함만 심해질 뿐, 싸늘한 공포의 그림자는 자취를 감춘다.

시사회 장에서 배우들은 이 영화를 공포 교훈극으로 봐주길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학생과 교사의 관계를 공포 속에 녹여내지 못한 채, 한편으로는 자극적인 잔혹함을, 다른 한편으로는 교훈을 의도한 시도는 이 영화의 한계로 작용하고 말았다. 게다가 이 영화의 야심으로 보이는 반전은 직설적이고 단순하기는 해도 나름의 공포를 자아냈던 전반부의 이야기를 뻔한 교훈극으로 매몰시켜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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