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그때 그 사람들> 원본 그대로 상영된다
2006-08-11
법원, 영화매체 공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 첫 인정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감독 임상수)의 원본이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재판장 조경란)는 10일 영화 제작사가 낸 영화상영 금지 가처분 이의신청을 “역사적 공인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며 받아들였다. 이번 판결은 영화매체에서 공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첫 사례다.

재판부는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단순한 인격권 침해로는 충분치 않고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의 침해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며 “이 영화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묘사가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할 만큼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지만씨쪽 항소 가능성

재판부는 2005년 2월 일부 장면 삭제 상영을 결정한 가처분 담당 재판부의 판단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재판부는 ‘다큐멘터리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 전체를 사실로 오인할 수 있다’고 보고 삭제를 결정했지만, 합리적인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허구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법원이 삭제를 명령한 장면은 시작과 끝부분의 박 전 대통령 장례식 장면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김수환 추기경 등이 등장하고 국민들이 오열하는 광경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47)씨가 제작사를 상대로 낸 영화상영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박 전 대통령의 주검 위에 모자를 올려놓는 장면 등 일부 장면이 박씨의 아버지에 대한 추모의 감정을 일부 침해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와 관련해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택상 전 국무총리의 유족은 최근 한국방송 드라마 <서울 1945>에 대해 “고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민·형사 소송을 냈다.

한편, 임상수 감독은 “재판부가 고민했을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며, 원본의 복원을 허락한 판단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고나무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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