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짝퉁 영화 주인공이 강의하는 킬러되기 여덟 고개
2006-08-30
글 : 김나형

킬러. 늘 시커먼 옷을 입고 다니며 고독하게 살아가는 그들. 킬러 세계에 입문하려 열공 중인 수험생을 위해 영화 속의 대표 킬러(들과 친분이 있는 짝퉁 킬러)들이 입을 열었다. 레몽, 박큐, 도미, 킬라, 대니 보일 등 개성 강한 다섯명의 킬러들과 소비자 피해사례를 급제보해온 젤리 런더가드씨의 강의를 들을 기회! 거친 세계다보니 강의가 부드럽지만은 않다는 소문. 주의사항: 민간인은 함부로 따라하지 마세요.

제 1강. 살인자의 건강법

여러분 하이루~! 방가방가~. 킬러 경력 18년차, 레몽이에요. 근데 무슨 클래스가 이래? 수업할 자세가 안 돼 있잖으아! 나 레몽, 이런 기분으로 도저히 수업 못해. 맨 뒤에 노랑머리 학생, 가서 우유 하나 사와. 1.5리터 댓병으로. 자, 여기. 거스름돈은 가져.

<레옹>

우유는 우리 킬러들에게 꼭 필요한 건강식품이에요. 언니 좀 꼬셔보겠다고 커피, 위스키 이딴 거 먹고 다니지 마. 그런 건 마귀들이나 먹는 거야. 우리 킬러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철저한 자기관리라는 걸 잊지 마요. 남들 놀 때 놀고, 남들 잘 때 자면서 어떻게 킬러가 되겠어어? 모쪼록 킬러라는 것은 수도사와 같아. 혼자 외롭게 살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체력, 집중력 강화에 매진해야 하는 거죠. 나 레몽은 18년 동안 침대에 누워본 적이 없어요. 잘 때도 앉아서. 그래야 긴장이 녹슬지 않지. 총 관리는 반드시 매일 할 것! 연장은 소중하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업무를 주는 윗선 외엔 어떤 인간관계도 만들면 안 된다는 거예요. 일단 신분이 노출되면 그때부터 밥줄 끊기는 거야. 특히, 킬러에게 총보다 위험한 게 여자라는 거, 설마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 연애질하다 인생 종친 킬러, 어디 한두번 봐? 감정이 개입되면 그 즉시 게임 오버야. 정 외로우면 화분을 길러요. 그래도 증상이 가시지 않을 땐 100일 새벽 푸시업에 의지하구. 그리고 거기 중간 줄 학생! 그래, 언니 말야. 그런 맨 머리, 오우~ 노! 선글라스만 끼면 뭐하니? 모자 꼭꼭 챙겨 써. 우린 감기 걸리면 약 사다줄 인간도 음써. (문득 북받친 듯) 레옹이 형…, 그곳에서 잘살고 있는 건지…. 틸다가 심은 화초는 벌써 뿌리를 내렸어. 아주 튼튼하게 말이야.

제 2강. 스타일 있는 킬러 되기

안녕하쎄효. 네털란트에서 온 박큐 임미다. 크런데, 촘 천에 나칸, 시커먼 놈, 누쿠인커쵸? 보풀 천지인 털모차, 요츰은 아무도 안 쓰는 통그랑탱 선클라쑤…. 청말 카콴임미다. 나름 프렌치 스타일, 이라는컨카? 니미럴! 오오~, 청말 청말 쏘리함미타. 여러푸운 아페서 이런 알훔답치 모탄 말울 쓰타니요. 하치만, 처런 폭장, 청말 안 촛타코 생칵함미타. 넘흐 촌스럽숨미타.

<첩혈쌍웅>

오늘 캉이 추체는 ‘청슌한 킬러가 퇴차’임미다. 터푸러(더불어) 비툴기(비둘기) 응용펍도 배워 보케쑴미타. 킬러카 손만 데면 뚝 푸러지눈 살암이라고 생칵하는 거쑨, 청말 찰못된 생칵임미다. 우리 킬러들토 얼마둔지 부드럽코 청쓘할 쑤 있숨미타. 체카 네털란트에 잇술 때 아는 킬러 형, 있엇숨미타. 그 형, 알훔다훈 한국 여차, 살앙했숨미타. 머리 킨 여잔데, 테이지 콫, 초아한다코 해서, 매일 매일 테이지 콫 사다노앗숨미타. 크 여차가, 밋술 콩부해서, 그 형토 고흐, 마네, 모네, 초아하게 퇴얏숨미타. 그 형이 참, 미소가 착살(작살)이었는테, 눈은 하나도 안 캄코, 한쪽 입끄츨 비축 올리면써 우섯숨미타. 그 모숩 포코이쑤면 퍽 칼수파케 업쑴니타. 그 형이 나충에 크 아카시한테 “여기 모네도 있어요. 저 모네를 좋아하거등요? 모네는 화폭이 넓고 몽롱한게 보는 사람이 뭔가 상상할 수 있게 하거등요” 하는데, 너무 멋싯어서 축는 출 알았숨미타. 헐마나 푸트럽숨미카. 헐마나 알훔답숨미카. 킬러도 청슌해야 함미타. 아 크리고, 홍콩에 사는 형은 총 솔 척에, 콕 총 투 캐를 한 커번에 쑴미타. 비툴기를 테리고 다니는 컨치, 비툴기 있는 테서 총 소는 커신지는 찰 모르지만, 총 솔 테, 콕 비툴기가 날음미타.

(망연한 표정으로) 청말… 청말… 넘흐 머싯슴미타아아…!

제 3강. 위기상황 대처는 이렇게

<가방 속의 8머리>

뭘 봐! 이자식아. 내 이름? 그런 건 알아서 뭐해? 어디다 찔러 넣으려고. 이 개떡같은 놈들. 그래서 내가 뭘 가르쳐야 된다고? 위기상황에서의 대처법? 그럼 하나 말해주지. 옛날에 말이야. 대갈통 여덟개를 운반하게 됐어. 보스한테 엉기다 머리통 신세가 됐지. 그걸 비행기로 옮기는데…, 어이, 주번! 그 머리통을 어떻게 공항 검색대에 통과시켜야 되는지 말해봐. 뭘 퀵서비스로 보내! 이 빈대같은 놈아! 자, 이렇게 내 앞에 선 놈 주머니에 총을 딱 넣어. 그럼 당연히 경보가 울릴 거 아냐. 경찰이 수색을 하면 총이 딱 나오겠지. 앞에서 난리치고 있을 때, 검색대 밑으로 가방을 실실 밀어. 자연스럽게 해야 돼. 뭐 어쨌든, 그렇게 비행기에 탔는데 개떡같은 스튜어디스가 가방이 너무 크다고 짐칸에 실으라잖아. 할 수 없이 실었더니, 짐 찾다가 웬 멍청이랑 가방이 바뀌었어. 가방 열어보니까 이름하고 다니는 대학만 딱 적혀 있더라고. 일단 대학으로 찾아가서 룸메이트 놈들을 족쳤지. 의대 다니는 놈들이더라고. 청진기 고문, 거꾸로 매달아 그네태우기 등등 왠갖 지랄을 했는데 말을 못하는 게 어딨는지 정말 모르는 것 같더라고. 그때 마침 대갈통 가져간 놈이 멕시코에 있다며 전화가 온 거야. 근데 옘병, 머리통을 두개나 잃어버렸대. 보스한테 확인시켜줘야 되는 건데 없어지다니!! 그럴 땐 어떻게 해야 되는지 말해볼 놈? 뭐? 뭘 솔직히 말하고 싹싹 빌어 이 시키야! 죽을라고 환장했어? 그럴 때는… (띠리리리리~!) 여보세요? 어, 왜. 뭐얏? 대갈박을 또 잃어버렸어? 이 띨빵한 시키! 도대체 몇번째야? 일 한두번 해? 죽고 싶어? 몰랏! 끊어! (교실을 한 바퀴 둘러보며) 그래, 네놈이 괜찮겠다. 좀 젊긴 하지만 코 부러뜨리고 이빨 몇개 뽑으면 휴고랑 비슷하겠어. 그쪽에 넌 영락없는 조이군. 야, 주번! 톱 가져와. 저놈들 머리 자르게!

그의 과격한 수업 방식에 학생들 항의 속출. 설상가상으로 그가 전문 킬러가 아닌 것으로 밝혀져. 파문, 일파만파.

제 4강. 킬러시대의 철학

<콜래트럴>

안녕. 내 말 들려? 놀라지 마. 텔레파시로 말하는 거야. 난 그냥 킬라라고 불러줘. 내가 말을 안 하니까 사람들은 내가 벙어린 줄 아는데 사실 벙어리는 아냐. 어렸을 때부터 혀가 짧았어. 그래서 아예 말을 안 하기로 결심했지. 난 폼 안 나는 건 뭐든 딱 질색이거든. 다른 사람도 그랬겠지만, 나 처음부터 킬러는 아니었어. 어렸을 땐 시인이 되는 게 꿈이었지. 여자친구한테서 <진달래꽃>이라는 시집을 선물 받은 뒤부터. 말을 못하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개나리꽃> 같은 거라도 써보라고 하더군. 하지만 살다보니 어른이 시를 쓴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 세상은 시를 쓸 수 있을 만큼 아름답지 않더라. 그래서 시인이 되는 건 포기했어. 하지만 남아 있는 다른 꿈이 있었지. 혀 수술을 해서 제대로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어릴 적 그녀를 찾아가 사랑한다고 말해줘야겠다고. 돈 모으려고 킬러가 됐어. 근데 사람을 죽인다는 게 참 쉽지 않더군. 가책을 안 느끼려면 룰이라도 있어야겠더라. 그래서 ‘예의없는 것들만 죽이겠다’고 나름의 규칙을 정했지. 망둥이 같은 눈을 하고 있는 놈들은 도저히 죽일 수가 없어. 인상 드러운 놈, 못됐게 생긴 놈만 죽이는 거야. <콜래트럴>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거기 나오는 킬러도 괴상한 이론이 있었어. “사람을 죽였어!” 하면 “내가 죽인 거 아냐. 총알이 그랬지” 하고, “(원한도 없는데) 어떻게 오늘 처음 본 사람을 죽일 수 있어?” 하면 “그럼 아는 사람은 죽여도 되나?” 뭐 이딴 식이야. LA 지하철에서 누군가 죽는다고 누가 신경쓸 것 같냐며, 먼지 같은 인간 하나 죽는다고 세상 달라질 것 없다는 이론을 펴지. 어쨌든 너도 말야. 처음 킬러가 됐다면 나름의 철학을 정해봐. 기준이 서 있으면 일할 때도 명쾌하고, 왜, 폼도 나잖아.

제 5강. 굳이 사직서를 내야겠다면

<더 독>

어어…. 제 말이 좀 어눌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전 대니 보일이라고 하는데, 어렸을 때 납치당해 나쁜 자식 밑에서 개처럼 키워졌어요. 인간병기였던 거죠. 주인이 제 목에 채운 고리를 풀고 “해치워”, “죽여”, “쓸어버려” 따위의 명령을 내리면 아무나 해치웠어요. 전 개였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피아노 조율하는 아저씨를 만났죠. 그 친절함이, 따뜻함이 두렵고도 좋았어요. 그 뒤부터 제 인생에 변화가 일어났어요. 운 좋게도 자동차 사고가 났거든요. 전 혼자 빠져나와서 피아노 아저씨를 찾아갔어요. 새로운 삶이 시작됐죠. 하지만 알다시피 킬러들의 세계에서 벗어난다는 게 그렇게 쉬울 리 없잖아요? 아무리 내가 나오고 싶어도 주변에서 가만두지 않으니까요. 역시 놈이 다시 나타나더군요. 자동차 속에서 기관총 세례를 받았는데 살아 있다니 그놈도 목숨 참 질기죠. 새로 생긴 내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협박했어요. 처음엔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사람을 해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시 도망쳐나온 거예요. 이번엔 모든 걸 감수하겠다고 생각했죠. 킬러세계의 탈퇴. 목숨을 내주겠다고 각오하는 수밖에 없어요. 살아남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윤발이 형도, 레옹이 형도 다 그러다 갔죠. 그래도 저는 운이 좋은 편이어서 놈을 제압할 수 있었어요. 그놈을 죽이게 돼, 인간성을 상실할까봐 오히려 걱정이었죠. 모쪼록 킬러세계에 발을 들이기 전에 탈퇴 이후를 미리 염두에 두는 게 좋아요. 노후 관리 차, 나와 죽이 맞는 검찰이나 경찰을 하나쯤 친구로 두는 것도 좋구요. 남자들이 왜 의리에 살고 죽잖아요. 윤발이 형이랑 수현이 형이랑 서로 “미키!” “덤보!”하며 뭉클한 장면 연출하는 거, 못 보셨어요?

제 6강. 소비자 피해 예방법-급해도 싸구려들에게 의뢰하지 말 것

<파고>

음음. 내 목소리가 좀 기분 나쁘죠. 하하. 그래요. 모두가 그러더군요. 모두… (갑자기 책상을 내리치며) 나으으!! 인생에엣 잘된 일이란 없엇! 아둔한 마누라에! 장인은 날 엿 같이 취급하고! 내가 차를 팔 때 단 한명도 군소리없이 사간 적이 없지!! (부르르…) 으흠, 으흠…. 그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때 난 돈이 필요했어요. 땅 사서 주차장 사업을 하려는데, 장인이 돈을 꿔주지 않는 거예요. (다시 얼굴색이 변하면서) 늙은 버러지 같으니라굿! 돈이 그렇게 남아 돌면서 왜 나한테 한푼도 주지 않는 거야! 구두쇠! 변태! 쥐며느리! 사기꾼! 자기가 중간에서 가로챌 생각만 하지!! (부르르…) 으흠, 으흠…. 그래서 마누라를 잠시 납치할 계획을 세웠어요. 아주 잠깐만. 장인한테 돈만 뜯어낼 생각이었죠. 동네 카센터에 가서 셉이란 친구한테 의뢰를 했어요. 소개로 두 친구가 나왔더군요. 그런데 처음부터 거친 게 아주 이상하더라구요. 지들이 잘못 알고 한 시간 빨리 나왔으면서 기다렸다고 지랄을 떨지 않나. 돈을 처음에 다 받겠다고 수작을 부리질 않나. 어쨌든 급한 마음에 싼값에 일을 맡겼는데, 이놈들이 어쩐 줄 알앗? 마누라를 납치해간 중간에 사람을 셋이나 죽인 거다!! 난 장인이 돈을 대주겠다기에 외려 납치를 취소할랬는데 제때 전화 연락도 안 되고! 도무지 무슨 일이 다 그 따윈 거얏! 그래 놓고 자기들이 살인까지 했으니 돈을 더 달라굿? 이래도 되는 거얏? 당신들은 직업 의식도 없엇?! 그 중 내 마누라를 패 죽인 놈은 다른 한놈까지 죽였다굿! 어떻게 죽인 줄 알앗? 분쇄기에다 갈아죽였엇!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굿! 당신들이 인간이얏?! 인간이냐구우우우웃!!

공고

소비자 강사의 난동으로 이후 수업이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취소된 수업은 다음 주 같은 시각에 들으실 수 있습니다.

다음 수업 예고

제 7강. 블루 오션을 찾아라
킬러 바트 씨와 츄엔 감독을 특별 초빙하여, 청부살인 과정을 스너프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신개념 VOD 사업에 대해 들어봅니다.

제 8강. 웰빙 킬러 되기
살인 안 하고도 돈 버는 비법. 평범한 사진 위에 빨간 칠을 하여, 피칠갑 살인 현장처럼 둔갑시키는 페인팅 기술을 배웁니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