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독점공개! 미국, 프랑스,일본, 중국에 간 <괴물>
2006-08-28
글 : 김수경

한강에서 괴물이 나왔다. 극장에서 <괴물> 보고 놀란 사람만 900만명이란다. 따라서 맨해튼에서, 센강에서, 자금성에서, 오다이바에서도 괴물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사실 괴물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저 동네에도 많으니까. 그래서 <ME>는 전격적으로 <괴물>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촬영에 돌입했다. 머릿속으로. 가상이지만 단독으로 제작하면 망할까봐 감독과 스탭들은 외국인들로 모셨다. 장르는 물귀신작전이니까 패러디영화 혹은 속편. 엄격한 심사기준으로 선택한 <괴물> 4개국 버전의 파트너는 <쎄븐>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영웅> <춤추는 대수사선>이다. 실종이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방식의 드라마. 흥행 대박에 평판도 좋은 영화로만 엄선했다. 이들과 <괴물>이 퓨전하면 어떤 이야기의 돌연변이가 나올까?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괴수울트라SF무비 <괴물>의 변종들을 국내 최초로 독점 공개한다.

<잃어버린 아이들의 괴물> La Monstre Des Enfants Perdus

감독 장 피에르 주네 출연 변희봉, 송강호, 배두나, 고아성

카프카 박사(변희봉)는 바다를 떠다니는 유조선 키메라에서 200년 동안 자신이 만든 인조인간들과 살았다. 그는 파리 지하철의 악사들에게 멋진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알약을 주면서 아이들을 납치하도록 사주한다. 아이들에게 무서운 음악을 들려주며 눈물 흘리게 하는 카프카 박사. 아이들의 눈물은 그가 고안한 아르고스를 통해 카프카에게 젊음을 돌려준다. 눈물을 흘린 아이들은 눈동자가 사라진 채 영원히 몽유병환자처럼 배 안을 걸어다닌다. 한편 센 강변에서 서커스를 하는 차력사 엉(송강호)은 강에 버려진 소녀 라핀(고아성)을 발견하고 딸로 삼는다. 엉이 서커스를 하면 라핀은 같이 발견된 손가락만한 파충류와 놀며 시간을 보낸다. 라핀이 ‘레자흐’라고 이름 붙인 이 동물은 하수구에 사는데 신기하게 하루에 0.5cm씩 자라난다.

엉이 에펠탑 근처 천막에서 공연하던 날, 술에 취한 악사들이 라핀을 유괴한다. 미친 듯이 센 강변과 지하철역을 돌아다니는 엉. 한밤중 사크르퀘르 성당 꼭대기에서 투신하는 엉. 엉은 아멜리에(배두나)가 일하는 카페 천막 위에 떨어진다. 아멜리에는 엉의 사연을 듣고 5년 전 강변에서 잃어버린 동생을 생각한다. 강가를 거니는 두 사람 앞에 훌쩍 자란 레자흐가 나타나서 꼬리를 흔들며 두 사람을 인도한다. 퐁네프 다리 아래로 레자흐를 따라가는 두 사람. 달빛이 일렁이는 수면 위로 레자흐처럼 생긴 도마뱀, 아니 괴물들이 십수 마리 나타난다.

명장면

유조선 키메라가 빠른 속도로 도망칠 때 비라캥 다리를 막아서는 레자흐와 괴물들. 난간과 교각에 매달려 서로 꼬리를 물고 거미줄처럼 키메라의 퇴로를 막아선다. 다리 위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연인들의 불꽃놀이가 한창이다. 불빛이 반짝일 때마다 괴물들의 모습이 스틸 사진처럼 언뜻언뜻 나타난다. 비라캥 다리 전체를 배경으로 키메라가 쇄도하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는 자신이 직접 만든 어안렌즈를 준비해 모터보트에 올랐다. 레자흐와 괴물들의 모습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했지만 실감나는 장면을 위해 모터보트를 빠르게 몰다가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명대사

천막 위로 떨어져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엉. 커피를 권하며 그를 달래는 아멜리에.
엉: (힘없는 목소리로) 라핀을 구할 자신이 없어.
아멜리에: (갑자기 화내며) 행복이란 자전거 레이스 같은 거야. 기다리면 섬광처럼 지나가버려!

비라캥 다리 아래에서 대치 중인 괴물 일행과 키메라호. 말끔한 양복 차림의 남자(임필성)와 노숙자(윤제문)가 동시에 그들을 발견한다. 현상금이 탐난 양복남은 술취한 노숙자에게 웃으며 다가선다.
노숙자: 야 너도 저기 보여?
양복남: (지갑에서 돈을 꺼내 노숙자 손에 쥐어주며) 있긴 뭐가 있다고 그래요. 아저씨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봐. 이걸로 따뜻한 밥이라도 사 드세요. 추운데 여기서 이러지 말고.
노숙자: (빈 와인병으로 양복남의 머리를 내리치며) 이게 돈이면 다 되는 줄 알아? (엉을 가리키며) 쟤 눈빛을 봐. 자식 잃은 부모 눈빛은 십리 밖에서도 보여. 알겠어?

<영웅2-괴물들의 왕> 續 英雄-怪獸之王

감독 장이모 출연 미국,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바야흐로 혼란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었다. 비왕(미국)은 강력한 군대를 바탕으로 거의 모든 국가를 정복했으나 문제는 자객이다. 수많은 자객을 막아냈지만 중원과 멀리 떨어진 곳에 비왕의 군대도 손대지 못하는 존재들이 있었다. 금모사왕(변희봉), 맹무살수(박해일), 청호(배두나)는 비왕이 매일 꿈에서 만날 만큼 두려운 무림의 고수들. 특히 청호는 비왕이 아내로 삼기 위해 병사를 일으켰다가 낭패를 당했던 애증의 상대. 세 사람은 모두 괴수들을 부리는 재주를 지녔다. 비왕이 청호가 사는 서역을 공격했을 때,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던 청호는 맹무살수가 이끄는 괴물들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다. 좁은 계곡에서 달려드는 괴수들에게 비왕의 군사들은 개미처럼 짓밟혔고, ‘괴물들의 왕’ 맹무살수는 청호를 자신의 괴물 북해팔에 태운 채 유유히 석양으로 사라졌다. 이후 비왕은 이들의 목을 베는 자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겠다는 영을 내린다.

그러던 어느 날, 지방무관 홍고량(송강호)이라는 자가 세 자객의 목을 베었노라며 비왕을 알현하고자 한다. 그가 멘 바랑에는 금모사왕의 활, 맹무살수의 검, 청호의 봉이 담겨 있다. 비왕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를 자신의 내전으로 불러들인다. 호기심이 발동한 비왕은 한 사람을 해치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어전의 관례를 깨뜨리고 홍고량에게 서른 걸음씩 다가오게 한다. 급기야 청호의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서는 두 사람은 열 걸음 정도의 거리에 놓인다.

명장면

서역의 대계곡에서 청호가 맹무살수를 죽이고 그의 칼로 자살하는 장면. 홍고량에게 비왕의 암살을 맡겼던 사실을 청호에게 고백한 맹무살수는 자신의 분신인 북해팔을 비롯한 괴물들에게 휘파람을 분다. 괴물들은 슬픈 울음소리를 내며 절벽 아래 불구덩이로 몸을 던진다. 이 장면에서 실제로 낙하시킨 것은 수만개의 더미. 이것을 절벽으로 나르기 위해 동원된 짐꾼만도 2천명이 넘었다. 추락장면을 제외한 질주하는 괴물의 모습은 실제 들소들을 동원해서 촬영했고, 이 과정에서 동물들이 다치거나 죽는 일이 생겨서 각국 동물보호협회의 맹비난을 사기도 했다.

명대사

홍고량이 비왕에게 맹무살수와 벌인 대결을 설명하는 장면.
홍고량: 맹무살수는 ‘천하’라는 말을 유언처럼 남겼습니다.
비왕: (눈을 크게 뜨며) 나는 수많은 자들에게 질시를 받고 살해당할 뻔했다. 하지만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내 말에도 내 마음이 담겨 있는데 왜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까. 신하들도 나를 두려워할 뿐이다. 그런데 나를 죽이려 했던 맹무살수만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였구나. 그의 죽음이 새삼 애통하다.
홍고량: (묘한 표정으로) 목이 날아갔으니 죽은 것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워낙 고강한 내공을 가졌고 신묘한 사람인지라 (말끝을 흐리며) 죽었지만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춤추는 대수사선-괴물 편>(踊る大搜査線-グエムル)

감독 모토히로 가즈유키 출연 박해일, 배두나, 송강호, 변희봉, 김뢰하

관광객으로 붐비는 완간 경찰서. 미아 사건이 하루에 두세 차례 발생한다. 서류에 음료수를 쏟고 울음을 터뜨리던 아이들이 돌아가면 아오시마(박해일)와 스미레(배두나)의 일과도 겨우 끝난다. 초여름 무렵, 해변에서 초등학생 자매가 사라지고 아이들은 일주일 넘게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일주일이 지나고 이번에는 남자아이가 사라진다. 한달 동안 모두 일곱명의 아이가 사라진다. 사라진 아이들의 공통점은 캔유 핸디폰을 사용한다는 것. 사건발생 40일째, 레인보 브리지에서 시체로 떠오른다.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지고 무로이(김뢰하)가 책임자로 파견된다. 유아연쇄살인 용의자들을 추적하는 본부는 현지 경찰서의 수사를 차단한다. 아오시마는 여학생들의 치마를 칼로 찢는 변태사건에 몰두하고, 스미레는 스킨스쿠버 절도사건을 추적한다. 무로이의 요청으로 유사 사건을 담당했던 한국 형사 박두만(송강호)이 완간서에 도착한다. 과학수사를 부정하는 박두만과 현장을 중시하는 아오시마는 금방 친해진다. 사건 발생 50일째 스미레는 스킨스쿠버 용의자를 쫓다가 도쿄만에 나타난 괴물을 목격한다. 스미레가 상부에 보고하지만 본부는 코웃음 친다. 은퇴한 와쿠 형사(변희봉)는 노점상이 찍은 사진을 증거로 내놓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박두만은 서울의 사건을 떠올리며 아오시마와 함께 스미레를 도와 수사에 나선다. 괴물이 나타난 날 와쿠 형사는 아이들을 구하다가 순직한다. 그리고 분노에 찬 아오시마, 스미레, 박두만의 괴물을 향한 추격이 시작된다.

명장면

축제의 밤, 오다이바에 처음 나타난 괴물. 괴물은 ‘프레데터’나 ‘에이리언’처럼 직립보행을 한다. 불꽃을 따라가다가 괴물과 마주치는 아이들을 와쿠 형사가 필사적으로 구해낸다. 권총 여섯발을 정확히 괴물에게 명중시키는 와쿠 형사. 마지막으로 괴물의 입 속을 겨냥하지만 탄환이 남지 않았다. 달려온 아오시마와 스미레에게 뒤돌아보며 도망치라고 손짓하는 와쿠. <춤추는 대수사선>의 주제가 <리듬 앤 폴리스>가 느린 피아노 독주로 흐르고 평온한 웃음을 짓는 와쿠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아이들이 떨어뜨린 캔유 핸디폰이 켜지고 사토라레(자신의 마음이 남에게 들리는 현상)인 괴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두렵지 않나? 그대는.”

명대사

적당히 친해진 아오시마와 박두만이 이자카야에서 술을 마신다.
아오시마: 선배, 그런데 <투캅스>를 보니까 한국 형사들은 잘만 하면 짭짤한 거 같아요? 떡값이랑 다 합치면 1년에 6, 7천은 벌죠?
박두만 : 6, 7천?! (비장한 목소리로) 서울로 발령나고 얻어 쓴 사채가 6, 7천이다.

스미레와 와쿠 형사가 괴물을 목격했다고 보고하는 장면. 와쿠 형사가 가져온 사진을 귀찮다는 얼굴로 쳐다보는 서장(유연수).
서장: 스미레상, <고지라>나 카메라 특촬물을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와쿠상, 딱 보니까 이거 뽀샵인데.
스미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간사이 사투리로) 그러니까 지금까지 우리말을 안 믿는다는 거?

<세븐2-괴물>(Se7en: The Host)

감독 데이비드 핀처 출연 변희봉, 송강호, 배두나

코니아일랜드의 해안 주택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일주일 간격으로 발생하는 사건현장에는 이, 말라붙은 허릿살이 차례로 남겨진다. 피해현장 바닥과 벽은 언제나 물로 흥건히 젖어 있다. 별자리 살인으로 징계를 받았던 형사 밀스(송강호)는 복귀 직후 이 사건을 위해 투입된다. 조디악 킬러 사건을 담당했던 윌리엄(변희봉)은 연방수사국의 요청으로 현역으로 복귀한다. 한편 이스트햄튼에 사는 여류작가 킴벌리(배두나)는 불면에 시달린다. 한밤중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던 그녀는 뱀처럼 움직이는 그림자를 발견한다. 다음날 이웃에 사는 시나리오 작가 존 다운다이크가 살해된다. 이스트햄튼에 도착한 밀스와 윌리엄은 다운다이크의 살해현장에서 등뼈를 발견한다. 두 사람은 이 사건이 자신들이 맡은 존 도우의 모방범죄라고 판단한다. 살해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정부쪽과 은밀하고 불법적인 거래를 했다. 출입의 흔적이 없는 점이 두 형사를 괴롭힌다. 다운다이크가 살해된 뒤 악몽에 시달리던 킴벌리는 카페에서 마주친 밀스에게 그날밤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윌리엄은 살해된 사람들이 모두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고 있었다는 사실과 바다나 강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맨해튼으로 돌아온 밀스는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차 유리창에 ‘욕정’이라고 피로 씌인 글귀를 발견한다. 그리고 뉴욕의 모든 경찰들에게 무선으로 범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범인은 다음 살인이 몬탁 해변에서 벌어진다고 예고한다. 모든 패트롤카가 달려가지만 범인은 엉덩이뼈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춘다.

명장면

밀스가 지하문을 열고 들어서면 족히 10미터는 넘는 살인청부업자 괴물의 서식지가 어둠 속에 펼쳐진다. 권총을 손에 쥔 채 어둠 속에서 한발씩 계단을 내려서는 밀스. 갑자기 스포츠경기장 같은 강렬한 조명이 켜지고 슈베르트의 소나타가 흘러나온다. 죽은 괴물의 시체, 약물을 복용한 채 이상한 형태로 일그러진 모습, 태아 상태에서 실패한 괴물을 포르말린 용액에 담아 유형별로 정리한 시험관. 그리고 지하실 한가운데 전기감옥에 갇힌 괴물의 모습이 보인다. 어둠을 누구보다 잘 표현하는 감독 데이비드 핀처의 장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달리는 밀스와 발을 동동 구르는 윌리엄을 비추는 교차편집도 근사하다.

명대사

범인을 쫓다가 몬탁 해변의 창고에 갇혀버린 밀스와 윌리엄. 윌리엄은 다리가 부러졌고 이틀이 지났다. 두 사람 모두 탈수현상마저 나타난다. 눈이 자꾸 감기는 윌리엄.
밀스: (어깨를 툭 치며) 머큐리에서 마시던 새뮤얼 애덤스를 떠올려봐요.
윌리엄: 자네는 원래 맥주 안 마시잖아.
밀스: 그런데 이상하게 지금은 그게 가장 마시고 싶군요. 시원한 맥주. 만나면 그 자리에서 쏴버릴 거야. 그런 놈은.
윌리엄: 죽이면 자네가 지는 거야. 헤밍웨이 말처럼 세상은 아직 정당하게 싸워볼 만한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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