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동구 밖 과수원길의 살인사건, <뷰티풀 선데이> 촬영현장
2006-08-30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과수원에 촘촘하게 박힌 사과나무 그늘도 뒤늦게 전성기를 맞은 한여름 햇볕 아래에선 더위를 먹어 흐느적거리는 듯했다. 영화 <뷰티풀 선데이>가 촬영현장을 공개한 지난 8월10일, 안동의 과수원 둑길에 올라선 스탭들은 농부처럼 커다란 밀짚모자를 쓰거나 수건을 목에 둘러 더위를 막았지만, 35도 가까이 올라간 무더위는 그날 촬영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을 것이다. 찍고 있던 부분이 살해당하고 유기된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이었기에 보조출연자 대부분은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경찰과 구급대원 제복을 입고 있었다.

이날 발견된 시신은 마약거래상 상태. 마약조직을 쫓고 있던 강 형사(박용우)는 감식반원들과 함께 둔기에 얻어맞아 뭉개진 듯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든 시신을 발견하고, 시신이 버려진 주변과 마을을 탐색하며 수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강 형사 자신도 마약조직과 관련이 있다. 그는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에 누워 있는 아내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마약조직과 결탁해 비리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뷰티풀 선데이>의 또 다른 축이 되는 인물은 민우(남궁민)다. 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던 민우는 모든 것을 잃고 난 다음 범죄를 자백하고자 한다. 사랑을 위해 자신마저 포기했던 두 남자, 강 형사와 민우가 만나면서 <뷰티풀 선데이>는 비밀에 가려진 사건을 향해 달려간다.

촬영이 없는데도 안동에 내려와 모니터 앞에 붙어 있던 남궁민은 그 실체가 잡히지 않는 민우라는 인물을 “순수함과 악마성을 동시에 가진 남자”라고 표현했다. 현장 편집기 모니터에 언뜻 비친, 창백한 얼굴로 취조실에 앉아 있던 민우의 모습은 그 모호한 문장의 뜻을 짐작하게도 했다. 반면에 강 형사는 불같은 남자다. 마음속의 고통을 드러내기 위해 살을 빼고 피부를 검게 태워 마른 얼굴이 된 박용우는 역시 스릴러영화였던 “<혈의 누>의 인권이 얼음처럼 차가운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강 형사는 불처럼 뜨거운 에너지를 지녔다”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CF계에서 일해온 진광교 감독의 데뷔작인 <뷰티풀 선데이>는 내년 초에 개봉예정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