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우리들의 행복한 신파'로 읽어도 손색이 없다. 언젠가 장정일이 공지영을 "김수현 뺨치게 통속적"이라 평하던 말이 떠오른다. 서로 다른 사회적 신분에 속했으나, 내면의 상처에 공감하고 우정과 연대를 나눈다는 줄거리는 대단히 지적일 것 같지만, 사실 극단적 신파이다. 강간, 자살미수, 살인, 사형 등 선정적인 죽음의 냄새는 차치하더라도, 이 서사를 통해 기대되는 정서가 '연민'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형제도 반대' 등의 담론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그것이 목적이었다면 '가엾은 윤수'는 대실패이다.) 이 영화의 목적은 '잘 울고, 순화된 감정으로 자신을 상처 준 이들을 가급적 용서하고, 삶이 소중한 줄 알며 살라'는 것. 좋은 말씀이다. 이해하기도 참 쉽다. 게다가 차고 넘치게 울려준다. 하지만 그 눈물은 너무나 맑고 '직선으로 흐른다'. <파이란>처럼 오래도록 밑바닥에 가라앉는 비릿한 눈물의 화수분을 안기진 않는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너무 일찍 놓인) '박할머니의 용서 장면'이다. 그런 문제의식이 영화 전체를 가득 채웠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실컷 웃어놓고 코미디 욕하는 것도 나쁘지만, 실컷 울어놓고 신파를 욕하는 것도 나쁘다. 무릇 영화는 각자의 몫이 있는 법이다. -황진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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