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서울영화제 8일부터… 영상실험에서 대중 곁으로 한발짝
2006-09-06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세네프 오프라인 새 단장, 뮤지컬·밥 딜런 다큐·전위적 영상 등 30개국 장·단편 140편 상영
왼쪽부터 차례로 <기후> <렌트> <마리아> <필리핀 가족의 진화>

2000년 온라인 영화제로 시작해 오프라인까지 영토를 넓혀온 ‘세네프’(SeNef)의 오프라인 부문이 올해부터 ‘서울영화제’로 명칭을 바꿔 8일부터 종로 스폰지하우스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30개국에서 출품된 장편 87편, 단편 53편을 상영하며 공식경쟁부문 후보작들을 지난해까지의 디지털 제작방식에서 필름까지 확장했고, 아시아의 대표 평론가 5명이 각각 주목할 만한 영화를 하나씩 추천한 ‘아시아 인 포커스’ 등이 신설됐다. 개막작은 〈우작〉 〈5월의 구름〉 등으로 한국에 소개된 터키 감독 누리 빌게 제일란의 신작 〈기후〉. 감독 자신이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해 오래된 연인 간의 이율배반적인 심리와 행동을 치밀하게 묘사했다.

올해는 음악을 좋아하는 영화팬들이 주목할 만한 상영작이 많다. 12개의 토니상을 휩쓴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우마 서먼, 매슈 브로더릭, 윌 페럴 등이 출연한 〈프로듀서스〉와, 브로드웨이 히트작 〈렌트〉를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리메이크한 동명의 영화 두 편이 개봉 전에 먼저 영화제 관객들과 만나며 이야기와 춤, 노래가 어우러지는 인도 발리우드의 대표작 3편도 상영된다. 또 1965년 영국에서 3주 동안 진행된 밥 딜런과 동료 가수들의 공연과 생활을 돈 앨런 페니베이커가 카메라에 담은 유명한 다큐멘터리 〈뒤돌아보지 마라〉를 비롯해 재즈, 메탈, 펑크 록 등 다양한 음악 장르의 다큐와 뮤직비디오 등을 묶은 심야상영 프로그램 ‘음악의 밤’도 놓치기 아깝다.

거장 감독들의 신작도 전보다 늘어났다. 언제나 논쟁적인 영화를 만들어왔던 아벨 페라라의 〈마리아〉는 이번에도 종교적 광기에 사로잡힌 여성(쥘리에트 비노슈)을 통해 우상파괴적인 격렬한 질문을 던진다. 칠십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하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정치와 권력에 대한 재치있는 풍자가 돋보이는 〈코미디 오브 파워〉도 상영된다. 젊은 영국 감독 소피 피엔스의 다큐멘터리인 〈지젝의 기묘한 영화강의〉는 정신분석학자이자 문화이론가인 슬라보예 지젝이 등장해 채플린에서 베리만, 린치에서 워쇼스키 형제까지 유명 감독의 인상적인 영화 장면들에 숨겨진 인간의 무의식을 분석해 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강의를 들려준다. 심야상영 세번째 프로그램인 ‘거장들의 첫번째 장편영화’는 거스 밴 샌트의 첫 장편 〈말라 노체〉를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타이, 필리핀 등 다섯 나라 대표 영화평론가들이 한 작품씩 추천한 ‘아시아 인 포커스’에서 한국의 정성일씨가 추천한 필리핀 영화 〈필리핀 가족의 진화〉는 상영시간이 무려 10시간30분에 달하는 작품으로 정치적 혼란 속에서 한 가족의 삶을 8년에 걸쳐 담은 영화다.

서울영화제 특유의 전위적인 영상실험을 맛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젊은 미술가 가운데 하나인 매슈 바니의 영상실험인 〈구속의 드로잉9〉, 47살에 죽기까지 아방가르드 극작가, 감독으로 활동해온 일본의 대표적 전위 예술가 데라야마 슈지 회고전을 주목할 만하다. 또 ‘플레이존’에서는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웹아트 작품이 전시되며 30일까지는 핸드폰 영상을 위한 작품 50개를 상영하는 ‘모바일 앤 디엠비 페스트 2006’이 모바일 및 디엠비 방송에서 함께 진행된다. (02)518-4332, www.senef.net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