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과 <타락천사>는 왕가위를 대중적 위치에 자리매김한 작품이며, 광고를 포함한 대중매체들은 두 영화를 두루 차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말에 의하면 두 영화는 ‘대중적인 실험영화’이고, 왕가위와 그의 초기 영화가 관객과 전쟁을 치르며 자리를 지키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홍콩 스타들을 앞세워 홍보된 영화에 예술영화의 심지가 꽂혀 있었으니 서울의 모 극장에서 벌어졌다는 전설의 난동사건도 짐작되는 바다. 그 전쟁의 첫 번째 전사인 정성일이 <중경삼림>과 <타락천사> DVD의 음성해설을 맡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유의미한 감동적인 사건이다. 왕가위 영화의 의미를 제대로 알리고자 지난한 노력을 기울였던 그가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들려주는 해석이 어찌 궁금하지 않겠나. 왕가위와 나눈 대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수많은 이름들과 함께 감상 포인트까지 놓치지 않는 그의 음성해설은 영화의 수많은 기호를 밝혀내는데, 그의 열혈 목소리를 듣노라면 왕가위가 세계적인 감독이 된 현재에도 그의 전쟁이 진행 중이란 걸 느끼게 된다. 게다가 DTS가 지원되는 소리와 HD 리마스터링을 거친 영상(사진)이 실로 뛰어나 오래전 기억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간 왕가위 영화 DVD의 열악한 상태를 감내해야 했던 사람으로선 그저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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