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일본에서 개봉한 〈괴물〉이 비평에서는 좋은 반응을 받았지만 흥행 성적은 기대에 못미쳤다. 전국 25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괴물〉은 같은 날 개봉한 〈마이애미 바이스〉에 크게 밀리면서 주말 박스오피스 7위에 머물렀다. 이는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중 〈태풍〉과 비슷한 수준으로 시사회와 언론의 호평으로 미뤄 짐작했던 예상에 크게 못미치는 “의외의 결과”라는 게 한국 제작사와 일본 배급사 ‘가도카와 헤럴드’의 공통된 반응이다.
일본 언론들은 대부분 〈괴물〉을 주요 개봉영화로 다루며 모두 후한 점수를 줬다. 〈아사히신문〉은 영화평에서 “이야기는 파란만장하고, 어투는 가벼우며, 특수촬영은 정교하고, 게다가 주제는 명쾌하다”며, 영화의 서스펜스와 사실적인 세부묘사, 유머를 높이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이어 금기라고 할 수 있는 정치·사회 문제를 영화에 버무려 넣은 패기와 곡예사 같은 움직임이 돋보이는 괴물의 모양새를 들어 “특히 칭찬해야 할 점은 틀에 박힌 괴물영화에 과감하게 새로운 축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엔터테인먼트 밑에 날카로운 현대문명 비판을 숨긴 작품이며, 봉준호 감독이 지닌 시대인식의 표상”이라며 “마지막 장면은 극히 암시적으로, 일말의 공포와 비애의 여운을 남긴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신문〉은 “봉 감독은 괴물영화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며 “현재 한국영화의 기세를 그대로 반영한 압도적 박력”이라고 평가했다. 〈도쿄신문〉은 “할리우드의 공포영화와는 맛이 다르다”며 “결말을 완전히 읽을 수 없어 눈을 뗄 수 없다”고 전했으며, 〈닛칸스포츠〉는 “오랜만에 한국영화의 실력을 실감했다”며 “지리멸렬하게 끝나지 않는 구성력이 압권이며, 한국의 스필버그라는 봉준호 감독의 간판은 거짓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제작사 청어람의 이진숙 이사는 “관객의 인지도는 높았지만 실제 극장으로 움직이게 하는 데까지는 힘이 미치지 못한 것 같다”며 “일본이 전통적으로 괴수영화의 흥행이 잘되는 나라여서 그쪽에 초점을 두고 홍보를 했는데 예상보다는 장점으로 작용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씨도 일본 내 괴수영화의 퇴조 흐름을 지적하면서 “〈고질라〉 최근작도 흥행에 실패하는 등 젊은 관객들의 취향이 바뀌고 있는데다 지금까지 한류 붐으로 인기를 얻었던 한국 영화의 관객층과 괴수영화의 관객층이 다르다는 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씨는 “〈괴물〉에는 한국 사람들이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정서나 문화적 배경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단순명쾌한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외국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괴물〉은 이달 중에 타이·싱가포르·홍콩·대만·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개봉하며, 영국·프랑스·스페인 등에서 올 개봉이 확정됐고 내년 2월에는 미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