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봅시다]
[배워봅시다] <괴물>은 맥거핀인가, 아닌가
2006-09-11
글 : 이종도

<괴물>은 논란 거리를 많이 제공했다. 괴물이 맥거핀인지 아닌지도 중요한 논란 거리다. 맥거핀은 미끼다. 영화를 만든 이가 영화를 보러 온 사람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미끼다. 애초에 작품을 통해 말하려는 것과 크게 상관없다고 하더라도, 영화라는 게임 안으로 관객의 팔을 잡아 이끄는 강력한 초대장이다. 맥거핀을 얘기하면서 앨프리드 히치콕을 빼놓을 수 없는데, 히치콕은 맥거핀이라는 미끼를 던져두고 관객에게 게임을 제안함으로써 영화가 일방적으로 관객을 놀래기보다는, 영화와 관객이 상호 소통하면서 서스펜스를 즐기게 했다. 관객은 언제나 히치콕의 등장인물보다 더 많이 앎으로써 깜짝 서프라이즈가 아닌, 으스스한 서스펜스를 누릴 수 있었다.

맥거핀은 히치콕과 프랑스 영화감독 프랑수아 튀르포가 나눈 일화에서 유래한다. 두 사람이 열차 안에서 대화를 나눴다. 한 사람이 선반 위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맥거핀입니다.”“그럼 맥거핀은 무엇입니까?” “스코틀랜드에서 사자를 잡는 도구입니다.” “스코틀랜드에는 사자가 없는데요.” “그래요? 그럼 맥거핀은 아무것도 아니군요.”

<싸이코>

맥거핀이 쓰인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1960년 작 <싸이코>가 꼽힌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경리 마리온(자넷 리)은 유부남 애인과 달아날 궁리를 하던 중 회사 돈 4만달러를 훔쳐 달아난다. 줄거리 자체에서 돈다발이 갖는 힘도 대단하지만, 카메라도 훔친 돈에 은밀하게 시선을 들이댐으로써 관객은 돈의 행방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궁금해한다. 그러나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돈다발도 아니고 마리온도 아니며, 마리온은 영화 중반이 되기도 전에 사라진다. 물론 돈다발도 그 뒤로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돈다발은 <싸이코>의 한복판으로 인도할 뿐, <싸이코>의 핵심 줄거리에선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러나 관객은 마리온의 처지가 돼 조마조마해 하며 돈다발을 지켜본다. 그렇다면 <괴물>은 맥거핀인가, 아닌가. 봉준호 감독이 한국 사회를 풍자하기 위해 끌어온 맥거핀일 수도, 어느 평론가의 지적대로 ‘실재’ 자체일 수도 있다. 강두네 가족 같은 밑바닥 서민이 싸우는 건 기실 괴물이 아니라 괴물 같은 한국 사회니까 말이다. 괴물이 맥거핀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문제는 봉준호 감독이 정치적으로 ‘커밍아웃’해 반미 정치영화를 만든 것이냐, 아니냐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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