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로우예 감독이 정부로부터 5년간 영화제작금지처분을 받았다. 1989년 천안문 사태가 배경인 <여름궁전>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하면서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SARFT)의 한 관리가 이 사실을 시인했으나 자세한 논의는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여름궁전>은 <수쥬> <자줏빛 나비>를 만든 로우예 감독의 신작으로, 2006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유일한 아시아영화였다. 천안문 사태가 있던 시기에 대학을 다닌 남녀가 연인이 되고 이별을 겪고, 다시 만나는 16년에 걸친 이야기를 그린 <여름궁전>은 중반에 이르기까지 중국 내부에서 일었던 민주화 요구와 여주인공 유홍이 성적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맞물려 진행되는 영화다. 천안문 사태와 같은 시대에 세계를 뒤흔든 베를린 장벽 붕괴, 옛 소련과 동유럽의 민주화 관련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칸영화제 상영 전 정부의 검열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부문 출품이 결정되었다는 이유로 <여름궁전>에 관한 중국 내 보도를 엄격히 금지한 바 있다. 칸영화제가 열리던 지난 5월 이미 로우예 감독에게 영화제작금지처분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왔으며, 이 예측은 이번 <신화통신>의 보도로 현실화되었다. 당시 로우예 감독은 중국 내 상영을 위해 심의에 통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영화를 수정할 뜻이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영화관련법규에는 정부의 허가없이 외국 영화제에 영화를 출품할 경우 이를 위법활동으로 규정, 영화필름과 수익을 몰수할 수 있으며 관련자를 향후 5년간 영화관련업무에 종사할 수 없게 하는 규정이 있다.
로우예 감독은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수쥬>의 중국 내 상영금지처분을 받은 바 있으나 제작금지처분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우예 감독뿐 아니라 왕샤오솨이 감독도 데뷔작 <나날들>이 중국 내 상영금지처분을 받은 데 이어 2001년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신인배우상을 받은 <북경자전거>로 2년간 제작금지처분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