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개봉 열흘만에 200만명 육박
2006-09-25
멜로에 흐느끼고 사형폐지에 공감 ‘우행시’ 가을을 적시다

관람석 여기저기서 조용히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리는 커지고 마침내 흐느낌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진다.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사진)이 소리 없는 감동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공지영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개봉 열흘 만인 지난 23일까지 전국에서 관객 189만6천명을 동원하면서 예기치 않은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사형수를 소재로 삼은 까닭에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에게 자연스레 사형제도에 대한 의문을 던져준다.

영화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어려서 받은 상처로 방황하던 젊은 여자 유정이 밑바닥 출신의 고아로 살아온 사형수 윤수를 만나 서로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는 게 줄거리다. 윤수가 유정 덕분에 삶의 의지를 갖게 됐을 무렵 결국 사형이 집행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를 보고 나온 이아무개(46)씨는 “영화 상영 내내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며 “멜로물이긴 하지만 사회 부조리와 사형제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던져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평론가 심영섭씨는 “우리 관객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신파 멜로물을 사형제도라는 사회적 이슈와 접목시킨 것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평했다.

지난 18일에는 정진석 추기경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니카 수녀의 실존인물로 알려진 조성애 수녀 등 천주교 관계자들과 함께 이 영화를 관람했다.

25일에는 사형수 출신으로 사형제 폐지 법안을 국회에 낸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이 서울 용산 시지브이(CGV) 극장에서 동료 의원·보좌관과 사형제 폐지 범종교연합 관계자 등 200여명을 초청해 이 영화 특별시사회를 열 예정이다. 유 의원은 “영화에서 보듯이 자살이든 타살이든 그 동기에는 타인과의 관계나 불우한 환경이 밑바탕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형이라는 형벌로 특정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기에는 우리 사회 공동의 책임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지은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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