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외신기자클럽] 정확한 박스오피스 집계의 중요성
2006-09-28
글 : 스티븐 크레민 (스크린 인터내셔널 기자)
아시아영화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또 다른 조건

한국영화를 지원하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밟은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는 박스오피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매주 화요일, 국내 대다수 극장의 전주 티켓 판매에 대한 광대한 정보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영진위는 또한 외국 기자들에게 중립적인 통계 시트로 분석된 숫자들을 매달 업데이트해서 이메일로 보내준다.

<왕의 남자>

이것이 한국영화 홍보에 중요한 이유는, 미디어에 이야깃거리를 거의 떠먹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왕의 남자>는 9월이 돼서야 해외영화제 프리미어를 했지만,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기록 경신 때문에 이미 국제 언론에 대대적으로 노출됐다. 그 예로 산업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스크린 인터내셔널>과 <버라이어티>는 <왕의 남자>가 헤드라인에 들어간 기사를 세 꼭지씩이나 할애했고, 여러 편의 부수적인 관련 기사도 실었다.

홍콩, 대만, 일본에서는 사조직들이 박스오피스 정보를 수집해 국내 배급사들한테 되판다. 대만에서는 일주일에 5일씩 이메일로 그 전날 타이베이의 각 극장에서 각 영화들이 기록한 박스오피스 정보를 보내준다. 이런 포괄적인 정보를 갖고 배급사들은 성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기 영화 중 어떤 영화가 어떤 극장에서 상영됐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홍콩에 자리한 업계연합회는 심지어 날씨를 추적하여 역사적 분석을 할 때 호우가 끼친 영향을 요인으로 넣고 볼 수 있게 해준다.

대만의 배급은 박스오피스 수입의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들이 지배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 이십세기 폭스, UIP, 브에나비스타 등은 모기업의 영화를 마케팅하고 배급하기 위한 현지 지사를 두고 있다. 이들은 교대로 매주 정보를 수집하면서 자신들만의 박스오피스 정보 시스템을 관리한다. 이는 타이베이를 넘어서 전국적인 박스오피스 기록을 확보한다. 가장 포괄적인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기들 영화가 좀더 좋게 반영되도록 통계를 매만질 수 있는 입장이다.

할리우드 메이저들이 2005년 8월, 이런 수법을 이용하던 중에 걸리고 말았다. <스크린 인터내셔널>과 <버라이어티>는 둘 다 타이 액션영화 <옹박: 두번째 미션>이 개봉날 밤과 개봉 주말에 홍콩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잡지들은 또한 별도 기사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홍콩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타이 경쟁작을 이겼다고 분명히 보도했다. 두 번째 기사는 낙관적인 미국 스튜디오 정보에 근거한 것으로, 일요일 저녁 박스오피스에 대한 예측을 포함한 것이었다. 두 잡지 모두 정정기사를 내보냈고, 승자는 실제로 <옹박: 두번째 미션>이었다고 강조했다.

스튜디오들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홍콩에선 독립적인 출처를 통해 믿을 만한 통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중요한 것은 <옹박: 두번째 미션> 같은 영화는 동남아시아영화에 대한 대중의 편견에 맞서는 데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는 그 다음주가 될 때까지 경쟁 배급사가 서로의 박스오피스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전국적인 박스오피스에 크게 이의를 걸고 논쟁을 할 수 없다. 게다가 극장들이 대부분의 수입을 메이저사에 의존하는 만큼 메이저 영화사들만이 극장들로부터 매일 밤 티켓 판매량을 재빨리 확보할 수 있는 힘을 지닌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박스오피스 정보를 얻기는 어렵다. 이런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날이 오기 전에 이들을 전문적인 영화산업으로 간주할 수 없다. 박스오피스 정보는 어떤 영화가 극장에 걸리고 어떤 식으로 배급되는지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아시아에서 어떤 영화들이 제작되는지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런 중요한 자료가 없으면 할리우드보다 늘 한발씩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진위의 경우 그렇게 될 생각이 없는 것이고.

번역 조혜영

관련 영화